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22화

1년 후, 허민아와 고민석은 유럽에서 소규모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한적한 저택을 임대해서 열었다. 화려한 아치가 없이 친구들이 직접 깔아 준 카펫만이 있었다. 전통적인 결혼 행진곡 대신, 곁에서 기타리스트가 경쾌한 포크 송을 연주했다. 하객은 스무 명 남짓, 모두 유럽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허민아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심플한 새틴 드레스 위에는 나비 날개가 수놓아져 있었고, 걸을 때마다 치맛자락에 빛이 흐르는 듯했다. 그녀는 축복 속에서 레드카펫을 지나 신랑을 기다렸다. 연한 회색 맞춤 정장을 입은 고민석이 그녀에게 다가올 때, 그녀는 문득 처음 갤러리에서 그를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도 그는 이렇게 웃고 있었다. 부드럽고, 눈부시게... 어쩌면 그 순간 이미 이 남자는 그녀의 마음속으로 조용히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긴장돼요?” 그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서서 이마에 흘러내린 잔머리를 살며시 정리해 주었다. 허민아는 고개를 저었지만 그가 반지를 끼워 줄 때 손끝이 살짝 떨리는 걸 느꼈다. 그 반지는 아이슬란드에서 받은 사파이어 반지보다 훨씬 심플했지만 그가 부여한 의미는 오히려 더 깊은 듯했다. 그의 반지가 그녀의 반지와 맞닿는 순간 허민아는 미소 지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또렷하고 단호했다. 그 눈빛은 어떤 빛보다도 밝았다. 고민석은 그녀를 끌어안고 얼굴을 감싼 채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주변에서는 잔잔한 박수와 웃음이 흘러나왔다. 누군가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참 좋네요. 드디어 이날이 왔네요.” 허민아는 그의 품에 안겨 익숙한 향을 맡으며 생각했다. 과거의 찢어질 듯한 아픔들이 모두 이 순간의 완성으로 바뀌었다는 걸. 어둠을 지난 후의 햇볕은 정말 이렇게 따뜻했다. 그리고 맞는 사람을 만나면 이렇게나 행복해질 수 있었다. 결혼식 사진은 친구들을 통해 SNS에 올라갔고, 의도치 않게 국내 언론에도 실렸다. [한국 디자이너 허민아, 해외에서 결혼. 신랑은 유명 큐레이터.] 사진
이전 챕터22/22
다음 챕터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