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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문지후의 등장은 소유나를 순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는 절대 여기 올 사람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런 순간에.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마치 바람피우다 현장에서 딱 걸린 사람처럼 민망하고 어색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 마음을 다잡았다. 문지후와 백서윤. 그들은 언제나 애매한 관계였고 소유나는 그에 대해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미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몸이었다. 법적으로 끝나지 않았을 뿐, 그들의 관계는 오래전에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수혁은 그녀의 몸이 굳어지는 걸 느끼곤 조심스레 그녀를 풀어주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문지후를 발견했다. 보통이라면 문지후가 ‘남편’이고 자신은 ‘남의 아내를 빼앗으려는 남자’였겠지만 현수혁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 곁에 선 채, 묵직하게 문지후를 바라봤다. 문지후는 그 둘이 나란히 선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누가 봐도 연인 같았다. 그리고 자신은 괜히 그들 사이에 끼어든 방해꾼처럼 보였다. 묘한 침묵이 흘렀다. 소유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키며 조용히 말했다. “수혁아, 이젠 가 봐.” “괜찮아.” 현수혁은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지후 씨랑 잠깐 얘기 좀 할게.” 소유나는 문지후와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수혁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먼저 가. 나중에 얘기하자.” 그제야 현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응.” 소유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 현수혁이 문지후 옆을 지나칠 때, 두 남자의 눈빛이 짧게 스쳤다. 둘 사이에 우호란 없었다. 소유나는 문 앞에 서서 문지후를 기다렸다. 문지후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그녀의 심장을 흔들 듯 무겁게 다가왔다. 하지만 막상 그가 눈앞에 섰을 때, 소유나의 마음은 뜻밖에 고요했다. “설명 안 할 거야?” 문지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소유나는 그를 차분하게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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