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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다행히 오래 다투진 않았네. 안 그랬으면 진서랑 사람들이 기다리다 못했을 거야.” 문지후가 외투를 집어 들고 소유나의 손을 잡으려 했다. 소유나는 자기 옷차림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같이 가.” 문지후가 뒤따라 붙자 소유나는 바로 눈을 부릅떴다. 문지후는 걸음을 멈췄다. 소유나는 두 걸음 더 가다가 갑자기 돌아보았다. 문지후는 바로 뒤에 서서 웃고 있었다. 소유나는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절대 따라오면 안 돼요!” 문지후도 괜히 따라갔다간 또 방에서 못 나올 걸 알기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따라가.” 소유나는 얼른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옷을 갈아입고 문을 열자 문지후가 바로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 얼굴에 머물렀고 눈빛에는 욕망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진서는 공항에 사람 데리러 갔어. 우리 아직 시간 있어.” 소유나가 무언가 말하려 입을 열기도 전에 문지후는 그녀를 다시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허진서는 공항에서 입국 통로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안경 너머 시선이 뜨겁게 빛났다. 그는 몇 번이고 시간을 확인하다가 마침내 휴대폰이 진동했다. 전화를 받자 차분하고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 변호사님, 저 이제 막 나와요.” 허진서가 침을 삼키며 대답하려던 찰나, 낯설면서도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휴대폰을 귀에 댄 채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보이네요.” 허진서는 손을 들어 반대편을 향해 흔들었다. 장은미도 금세 그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허진서는 두 발짝 앞으로 다가섰다. “변호사님, 죄송해요. 비행기가 연착돼서 오래 기다렸죠.” 장은미는 미안한 기색으로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허진서는 개의치 않았다. 장은미는 사촌오빠의 회사를 돕기 위해 서둘러 귀국한 것이었다. 회사가 곤경에 빠졌는데 자신이 도움이 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큰아버지, 큰어머니, 그리고 사촌오빠는 늘 자신과 가족에게 잘해줬다. 유학을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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