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소유나는 어이가 없었다. ‘누가 보면 내가 괴롭힌 줄 알겠네.’ 그녀는 문지후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변태 취급 안 받으려면 나중에 제대로 한번 만져봐야겠네요.” ... 두 사람이 다시 안으로 들어서자 안서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재훈 일가는 아직 떠나지 않았고 그들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함이 담겨 있었다. 문지후는 묻지 않았고 소유나도 묻기 어려웠다. 그들이 돌아오자 소재훈은 일어나 작별을 고했다. 안서영이 저녁까지 먹고 가라고 붙잡았지만 눈치가 빠른 소재훈은 가족들을 데리고 문씨 가문을 나섰다. 영원히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았던 소유나는 당연히 배웅하지 않았다. 안서영과 문석민이 그들을 배웅하고 거실로 돌아왔을 때 문석민은 문지후를 서재로 불렀고 거실에는 안서영와 소유나만 남았다. 안서영은 친근하게 소유나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너와 지후의 관계가 점점 더 깊어지는 것 같구나.” 온실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 소유나는 흠칫했다. ‘설마 그걸 본 건가?’ “너희들이 이렇게 잘 지내는 걸 보니 마음이 놓인다.” 안서영은 정말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네가 지후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었어.” 그 말에 소유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지후 씨가 날 좋아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문지후는 그녀의 집요함을 이기지 못했을 뿐이다. “유나야, 지후한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지만 현실적으로 우린 지후에게 자식이 있길 바라.” 안서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도 알다시피 지후는 외동이야. 나중에 우리 부부만 남을 텐데 거대한 가업을 이어갈 사람이 필요해.”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솔직한 내 마음을 말할게. 지후의 피를 물려받을 손주가 필요해.” 안서영은 눈가가 붉어지며 소유나의 손을 꼭 잡았다.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니?” 소유나는 헤아릴 수 있었다. 어떤 부모가 자식의 건강을 바라지 않겠는가? 어떤 부모가 자손들이 번성하는 모습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