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0화
“뭘 볶고 있어? 냄새가 코를 찌르네.”
코끝이 간질거렸고 소유나는 참다못해 중얼거렸다.
“닭갈비.”
솥 안을 들여다본 소유나는 눈을 크게 떴다. 붉은 고추가 소복이 쌓여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았다. 연지은도 코와 입을 손으로 가리며 부지런히 국자를 저었다.
요리를 마친 뒤 그녀는 다시 냄비를 씻고 기름을 두른 뒤, 이번엔 청홍 고추를 한 사발 가득 쏟아 넣었다.
“이번엔 또 뭐 하는 거야?”
소유나가 눈살을 찌푸리자 연지은이 태연히 대꾸했다.
“소고기 볶음.”
보기만 해도 혀끝이 얼얼해질 것 같았다.
싱크대 위엔 고추, 생강과 마늘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모두 쓰일 재료임이 분명했다.
“설마 그 사람 매운 거 못 먹어?”
“응.”
“...”
“내가 해준 거 먹고 싶다길래.”
연지은은 분명히 앙심을 품고 있었다.
소유나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는 뭐든 잘 먹으니 상관없었지만 속으로는 문지후가 이 상을 봤을 때 어떤 얼굴을 할지 조금 궁금했다.
연지은은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남자란 다 쓰레기였고, 매워서 고생 좀 해도 자업자득이라고 여기는 눈치였다.
잠시 후, 집안 이곳저곳에서 연달아 재채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유나는 눈물 콧물을 훔치면서도 맛을 보다 엄지를 치켜세웠다. 연지은은 원래 소유나의 내공을 믿고 있었으니 마음 편히 고추를 넣었다.
몇 가지 요리가 완성되자 상 위엔 큼지막한 접시들이 줄줄이 올랐는데 매운맛을 즐기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행복이었다.
“문지후 씨도 불러와.”
연지은이 그릇과 수저를 챙기며 말했다.
소유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문지후의 방문은 열려 있었고 그는 전화를 받으며 걸어나오고 있었다.
“밥 먹어요.”
소유나는 가볍게 말하고 먼저 올라갔다.
문지후는 전화를 마무리하며 뒤따랐다.
“...응, 내일 돌아가. 이만 끊자.”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다정했다.
소유나는 그 말투를 듣자 문득 예전이 떠올랐다. 백서윤과 통화할 때도 비슷했지만 지금은 훨씬 부드럽고 다정한 기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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