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송하윤은 그 자리에 서서 샹들리에가 그녀의 발밑에 떨어지는 것을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유리 파편이 튀며 그녀의 팔과 종아리를 베었다.
피가 순식간 뿜어나오며 그녀의 소매를 적셨다.
그녀는 고통에 숨을 들이켰지만 육현석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품 안의 소예린을 꽉 안고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예린아, 다치지 않았어?”
소예린은 입술을 깨물며 눈가에 눈물을 글썽였다.
“현석 오빠, 나... 조각에 조금 베였어요...”
육현석은 즉시 그녀를 안아 들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밖으로 나갔다.
“병원에 데려다줄게!”
소예린은 그의 어깨에 기대며 육현석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송하윤을 향해 승리의 미소를 보냈다.
그녀는 입 모양으로 무언가를 말했다.
“또 졌어.”
송하윤은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의 온몸에 묻은 피를 보며 피식 웃었다.
육현석의 방금 한 맹세는 정말 우스꽝스러웠다.
그녀는 홀로 병원에 갔다.
간호사는 그녀의 몸에 묻은 피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의 상처를 치료하려 할 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죄송해요, 아가씨.”
간호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방금 어떤 남자분의 여자친구가 샹들리에에 맞았다고 해요. 그래서 건물 전체를 여자친구 검사 때문에 빌렸고, 모든 의료진도 여자친구를 돌보는 데 동원되었어요... 다른 병원으로 가셔야 할 것 같아요.”
송하윤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차분하게 물었다.
“소독용 거즈라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제가 직접 붕대를 감을게요.”
간호사는 그녀의 피투성이 상처를 보며 차마 그러지 못했다.
“가서 여쭤볼게요...”
하지만 간호사가 가고 난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송하윤은 결국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다친 다리를 끌고 세 골목을 걸어서야 아직 문을 연 약국을 찾았다.
그녀는 길가에 앉아 서툴게 스스로 상처를 붕대로 감았다.
매번 닿을 때마다 뼛속까지 아팠지만, 마음속의 피투성이보다는 못했다.
붕대를 감고 나서야 그녀는 택시를 잡아 별장으로 돌아왔다.
길을 가다가 무심코 휴대폰을 보았는데 소예린이 SNS에 글을 올린 것을 보게 되었다.
[현석 오빠는 나를 너무 걱정해줘. 작은 상처인데도 병원 전체를 빌려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두 나만 바라봐.]
[한밤중에 열이 났는데 현석 오빠가 밤새 나를 지켜줬어. 정말 마음 아팠어.]
[병원 베개가 불편하다고 했더니 현석 오빠가 즉시 비단 베갯잇으로 바꾸라고 사람을 시켰어.]
송하윤은 더는 보지 않고 조용히 짐을 싸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녀는 최신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내가 예쁘다고 무심코 말했더니 현석 오빠가 이 비싼 에메랄드 목걸이를 나에게 선물했어.]
송하윤의 손가락이 갑자기 멈칫했다.
사진 속 소예린의 가느다란 목에는 그녀에게 너무나 익숙한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건 엄마가 임종 전 직접 그녀에게 물려준 유품이었다.
여행 가방이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송하윤은 차 키를 움켜쥔 채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엔진이 울리는 소리 속에서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병원, VIP 병실.
송하윤이 문을 열었을 때, 소예린은 병상에 기대어 여유롭게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소예린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더욱 깊어졌다.
“네가 올 줄 알았어.”
“목걸이 돌려줘.”
송하윤의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소예린은 목에 걸린 에메랄드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해맑게 웃었다.
“현석 오빠가 내게 선물한 거야.”
“그건 우리 부모님의 물건이야.”
“그러면 뭐 어때?”
소예린은 고개를 갸웃하며 도발적인 눈빛으로 말했다.
“현석 오빠는 내가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 줄 수 있다고 했어.”
송하윤은 그녀를 바라보며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