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입원 동 건물을 나서자마자 차가운 바람에 섞인 가랑비가 얼굴에 와닿았다.
심유나는 코트 깃을 단단히 여몄다.
그때 익숙한 차 한 대가 날카로운 마찰음을 내며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차 문이 열리고 도현우가 우산도 없이 빗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왔다.
평소의 빈틈없던 맞춤 정장은 구김이 가 있었고 넥타이는 옆으로 비뚤어져 있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이 시간에 부산에 도착한 걸 보면 도현우는 세강에서부터 쉬지 않고 차를 몰아 달려온 게 분명했다.
“유나야.”
도현우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양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젖은 머리칼을 타고 흘러내린 빗방울이 안경 렌즈 위로 번졌다.
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다만 늘 온화한 미소를 머금던 그 눈동자는 지금 오직 그녀의 왼쪽 얼굴에 남은 상흔만을 형언할 수 없는 아픔으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언뜻 봐서는 모를 미미한 부기였으나 도현우는 단번에 그것을 찾아냈다.
“누가 이랬어?”
심유나는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했다.
“이제 상관없어요.”
“어떻게 상관이 없어!”
도현우의 목소리가 거칠게 높아졌다. 심유나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
그는 손을 들어 상처를 어루만지려다 차마 닿지 못한 채 허공에서 멈췄다.
혹여 그녀가 더 아프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고태준이야?”
도현우는 그대로 몸을 돌려 입원 동 건물을 향해 폭주하듯 발걸음을 옮겼다.
숨겨왔던 살기가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금방이라도 피바람을 일으킬 듯한 서슬 퍼런 모습에 심유나가 외쳤다.
“현우 오빠!”
심유나는 다급히 그의 옷소매를 낚아챘다.
“가지 마요.”
도현우는 멈춰 섰으나 그녀를 돌아보는 눈빛엔 살벌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심유나는 말없이 그의 비뚤어진 넥타이와 옷깃을 매만져준 뒤, 빗물이 고인 웅덩이 위로 투영된 제 비참한 몰골을 내려다보았다.
고태준은 현장에 있었으면서도 백하윤의 아이를 잃은 슬픔에만 매몰되어 정작 아내인 그녀의 얼굴이 부어오른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반면 먼 길을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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