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코끝을 찌르는 진한 장미 향이 밀려들자 심유나는 위장이 뒤틀리는 듯한 지독한 메스꺼움을 느꼈다.
‘이만큼 판을 깔아줬으니 이제 그만 못 이기는 척 따라오라’는 식의 고태준의 오만한 얼굴을 마주하자, 그간 억눌러온 온갖 감정들이 혐오감과 뒤섞여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고태준이 얼마나 체면을 중시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였다.
심유나는 손을 뻗어 그 거슬리는 장미 꽃다발을 거칠게 휘둘러 쳐냈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꽃다발은 처참하게 짓이겨졌고 연약한 꽃잎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고태준의 입가에 머물던 가식적인 미소가 싸늘하게 굳어버리자 집안에는 일순간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고태준. 당신이랑 돌아갈 일 없어요.”
심유나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고태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둡게 가라앉았다. 발치에 널브러진 장미 잔해를 노려보던 그가 심유나를 향해 고개를 들었을 때, 눈동자에는 억눌린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심유나,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적당히 좀 못 해?”
그가 그녀의 손목을 부서뜨릴 듯이 움켜쥐었다.
“바쁜 시간 쪼개서 여기까지 와줬으면 적당히 꼬리 내리고 따라와야지, 언제까지 이럴 거야? 꼭 남들 앞에서 망신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겠어?”
손목을 조여오는 통증에 심유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이거 놔요!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집으로 돌아가, 당장!”
고태준은 그녀의 거부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막무가내로 그녀를 끌고 나갔다.
그 광경을 보던 심씨네 친척들이 너도나도 달려들어 분위기를 맞추려 애썼다.
“태준아, 우리 유나가 철이 없어서 그래. 자네가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줘.”
숙모가 고태준의 팔을 붙잡았고 심창해 역시 심유나를 잡아끌며 소리쳤다.
“이 망할 계집애야, 얼른 사과 안 해? 천하의 복을 제 발로 걷어차려고 환장을 했냐!”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누군가 심유나를 세게 밀쳤다.
이미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그녀는 그 반동을 이기지 못한 채 그만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유나야!”
고태준의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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