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지금, F국 R시.
바닷가에 자리한 별장 정원에서 윤서하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언니 윤세라가 갓 내린 커피를 들고 다가와 건네줬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걸로 내렸어. 각설탕 두 개 넣었어.”
“고마워. 언니.”
윤서하는 잔을 받아 한 모금 마셨고 절로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윤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윤서하의 취향을 잘 알고 있었다.
얼마 전 윤서하가 이민 절차를 마쳤다는 이야기를 듣자, 온 가족이 공항으로 나와 윤서하를 맞이했다.
오빠 윤경태는 수십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까지 미루고 직접 입국 절차를 도와줬고 부모님은 그날 밤 곧바로 환영 파티를 열어 주었다.
“역시 집이 최고야.”
윤서하는 윤세라의 팔에 기대며 다정하게 웃었다.
“역시 날 끝까지 지켜 주는 건 가족뿐이야.”
윤서하는 몇 년 전 가족 몰래 강도현과 비밀 결혼을 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렸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자신을 아끼는 가족을 속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않던 차갑기만 한 남자를 위해서라니 정말 가치 없는 일이었다.
“왜 갑자기 감성 폭발이야? 가족이 널 가장 사랑하는 건 당연한 말이잖아. 애초에 네가 그곳에 남겠다면서 버티지만 않았어도 안 그랬지. F국으로 돌아오라고 우리가 얼마나 말했는데.”
윤세라가 잔소리를 이어갔다.
“거기서 아주 제대로 데인 모양이네. 남자한테 몹시 크게 상처받았지?”
윤서하는 말 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윤세라는 그 이상 묻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가족 말 좀 들어. 연애든 결혼 상대든 최소한 우리 가족이 인정한 사람이어야 해. 알겠지?”
윤서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비밀 결혼 이야기를 가족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윤세라가 기분을 바꾸듯 말했다.
“이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올 거야. 오늘 저녁 약혼식에는 제대로 차려입고 나가야지. 김씨 가문의 김서준이 네가 F국으로 온다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고백해 오는 아가씨들 줄줄이 거절하면서까지 너만 기다렸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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