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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하은서는 몸을 굳히고 고개를 들어 하도겸과 소유준을 바라봤다. 하도겸은 소유준을 품에 안으며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다정한 눈빛을 띠었다. 그 시선을 느낀 듯 하은서가 그를 바라보자, 하도겸은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하은서의 눈가엔 금세 눈물이 맺혔고 하도겸은 고개를 돌려 아이의 시선을 피했다. “유준아, 안 돼! 왜 또 삼촌한테 안겨! 얼른 내려와.” 소혜진이 당장 내려오라고 했지만 소유준은 하도겸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싫어요. 난 삼촌이 좋단 말이에요. 삼촌도 나 안아주는 거 좋아해요.” 그러더니 하도겸의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나 배고파요. 케이크 먹고 싶어요.” “그래. 케이크 먹으러 가자. 도겸아, 우리 들어가자.” 소혜진은 웃으며 하도겸 뒤를 따랐고 두 발짝쯤 가다가 뒤돌아 심예원을 불렀다. “예원 씨, 안 들어올 거예요?” 심예원은 말없이 몸을 낮췄다. 하은서는 그녀의 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다가 작은 얼굴을 들고 물었다. “엄마, 저 사람들이... 아저씨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에요?” 그 순간, 심예원은 더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서 하은서를 끌어안고 함께 눈물을 쏟았다. 너무 잔인한 장면이었다. ‘어른인 나도 견디기 힘든데, 은서는 얼마나 더 아팠을까...’ 심예원은 대답하지 못했지만 하은서는 이미 진실을 알아버린 듯했다. “엄마, 제 눈으로 한 번만 더 보고 싶어요...” 하은서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심예원의 손을 꼭 잡았다. “아저씨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좋은 사람들인지 확인하고 싶어요...” “은서야, 우리 그냥 집에 가면 안 될까?” 심예원이 조심스레 설득했지만 하은서는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를 따라 같이 갈래요.” “그래...” 심예원은 작게 숨을 삼킨 뒤, 하은서의 손을 꼭 쥐고 함께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연회장은 사람들로 붐볐고 그 가운데서 하도겸과 소혜진, 소유준은 단연 돋보였다. 심예원은 하은서를 데리고 구석 자리에 조용히 앉았지만 하은서의 시선은 내내 하도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소유준을 바라보는 다정한 눈빛, 직접 과일까지 깎아 먹여주는 손길은 하은서가 늘 바라고 꿈꿨지만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은서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아저씨는 정말 저 사람들 좋아하나 봐요. 아저씨... 저렇게 웃는 거 처음 봐요. 우리 그냥 가요.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그 말은 마치 커다란 돌덩이가 되어 심예원의 가슴을 짓눌렀다.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그래. 집으로 가자.” 심예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하은서의 손을 꼭 잡아 일어섰다. 두 사람은 조용히 출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 순간, 하도겸의 비서가 길을 막았다. “심예원 씨, 잠시만요.” 그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대표님께서 은서 양이랑 외출하실 거라며, 아이를 제게 맡겨 달라고 하셨습니다.” “아저씨가... 절 데리고 외출하겠다고 했어요?” 하은서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잔뜩 풀이 죽었던 아이의 눈빛이 순간 환해지며 하도겸을 찾느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도겸이 먼저 하은서를 데리고 어딘가 가겠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심예원의 마음은 불안했고 하은서를 보내기 싫었다. 하지만 하은서의 얼굴에 번지는 기대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은서야, 꼭 조심해야 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엄마한테 전화하고...” “엄마 걱정하지 말아요!” 하은서는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은 꼭 착하게 있을게요. 아저씨가 저를 좋아할 수 있게...” “아이고 착해라...” 하은서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는 심예원의 속은 시리도록 아팠다. ‘그렇게 상처받고도 아빠의 사랑을 기대하는 우리 은서... 어떡하면 좋을까... 이번에는 은서가 상처받지 않기를...’ 심예원은 아이를 보내주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화면에 뜬 딸아이의 이름이 뜨자, 그녀는 허겁지겁 통화버튼을 눌렀다. “엄마... 엄마... 아저씨가 저 버리고 갔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하은서의 울음소리에 심예원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고 숨이 턱 막혔다. “무서워... 흐엉... 엄마...” “은서야? 지금 어디야?” 하은서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몰... 몰라요...” “무서워하지 마, 은서야. 엄마가 지금 당장 갈게. 전화 끊지 말고 엄마랑 계속 이야기하자. 곧 도착할 거야.” 심예원은 떨리는 손으로 은서의 손목시계 위치를 추적했고 정신없이 차를 몰아 그곳으로 달려갔다. 얼마 후, 그녀는 한적한 도로변에서 홀로 앉아 있는 하은서를 발견했다. 하은서는 수북이 쌓인 눈에 파묻긴 채 꼼짝도 하지 못했고, 얼어붙은 듯한 아이의 모습에 심예원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온몸의 힘이 빠졌지만 서둘러 달려가 아이를 안았다. “하은서! 괜찮아, 엄마 왔어. 이제 괜찮아.” “엄마... 나 너무 무서웠어... 너무 추워...” 하은서는 그녀의 품에 파고들며 오열했다. 아이의 몸은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있었고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고열로 의식이 흐려졌는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저씨... 미안해요... 아빠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거였어요... 버리지 마요... 제발 저 버리지 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예원의 손이 부르르 떨렸고 숨조차 쉴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팠다. ‘겨우 다섯 살밖에 안 된 애가... 단지 아빠라고 한마디 불렀다고 아이를 길에다 내버려둬? 미친X...’ “은서야, 울지 마. 엄마는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엄마는 절대... 절대 널 버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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