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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들고양이 찾기

하지연은 연옥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바로 뒷간의 문을 열었다. 다행히 그곳에는 화초가 무성하여 보초를 서던 하인들은 하지연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연은 살금살금 담장 쪽으로 다가가 높은 담장을 훌쩍 뛰어넘은 뒤 가볍게 착지했다. 비록 체력을 전부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실력은 여전했다. 하지연은 곧바로 청하원으로 달려갔다. 오늘 하종수와 영용부인 모두 대부인의 처소에 있었고 당연히 하인들도 모두 그곳에 있었다. 하지연은 달리는 내내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호숫가에 도착하자 옥자가 사람 세 명을 데리고 청하원 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집사 하백천이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연은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사람은 손에 비단을 들고 있었는데 그중 두 명은 비단 가게 주인장과 재단사인 듯했다. 세 사람 모두 외부인이었기에 청하원에서 뭔가를 봤다면 틀림없이 외부에 소문을 낼 것이다. 참으로 지독했다. 하지연은 지름길로 가서 그들보다 빨리 청하원에 도착했다. 청하원의 정문에는 하인 몇 명이 서 있었고 수옥은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주 수상쩍은 모습이었다. 하지연은 길을 에돌아서 뒤쪽으로부터 담장을 넘었고 빠르게 원씨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원씨와 낯선 사내가 보였다. 두 사람은 옷차림이 흐트러진 채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하지연은 사내를 본 순간 바로 그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 사내는 바로 진칠복이었다. 진칠복은 예전에 자주 저택에 찾아왔었고 이 몸의 원래 주인은 몇 번 그를 만난 적이 있었기에 그를 알고 있었다. 하지연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진칠복을 방에서 끌어내 뒷간에 숨겼다. 대문 앞에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뒷간에 가지 않기만을 바라야 했다. 진칠복은 뒷간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의 뒤통수가 심하게 부은 걸 보니 누군가 때려서 기절시킨 듯했다. 하지연은 그의 가슴팍을 걷어찬 뒤 탈혼환으로 그의 관자놀이를 툭 쳤다. 천천히 정신을 차린 진칠복은 하지연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질문하려고 했다. 그런데 하지연이 음산한 얼굴로 먼저 입을 열었다. “입을 다무는 게 좋을 것입니다. 누군가 당신을 때려서 기절시킨 뒤 우리 어머니의 침상 위에 눕혀 놓았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당신을 찾으러 오고 있습니다. 만약 그들에게 잡힌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생각해 보십시오.” 진칠복은 겁을 먹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여기 가만히 있도록 하십시오. 아무런 소리도 내면 아니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처리할 것입니다.” 하지연은 말을 마친 뒤 뒷간 문을 닫고 떠났다. 하지연은 진칠복을 깨울 수밖에 없었다. 진칠복은 누군가에게 맞아 기절한 것이고 그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만약 사람들이 수색할 때 그가 소리를 내며 깨어난다면 끝장이었다. 지금 진칠복은 정신을 차렸고 누군가 그를 찾아낸다고 해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일 것이다. 누군가 묻는다면 볼일이 급하여 뒷간을 쓰러 왔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다. 하지연은 빠르게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지연은 빠르게 방문을 닫은 뒤 소매 안에서 침을 꺼내 원씨의 인중에 꽂았다. 원씨는 기침하면서 깨어났다. 하지연의 초조한 얼굴을 보게 된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내가 잠이 들었느냐?” 하지연은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아니요. 정신을 잃으셨습니다. 그들이 진칠복을 어머니의 침상 위에 눕혀 놓았습니다. 지금 옥자 아주머니가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오고 있어요. 어머니와 진칠복이 사통했다는 증거를 만들려고 말입니다. 저는 진칠복을 뒷간으로 보냈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원씨는 화들짝 놀랐다. “당황하지 마세요. 괜찮을 겁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들킨 것이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어머니, 얼른 일어나서 자수를 계속하세요.” 하지연이 원씨를 일으켰다. 발소리가 밖에서 들려왔고 이내 수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옥자 아주머니,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마님께서는 방금 잠이 드셨습니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텐데 벌써 잠이 들었다고? 대부인께서는 마님의 옷을 몇 벌 만들 생각이라고 하시면서 나더러 재단사를 데리고 마님을 찾아가라고 하셨다. 대부인의 생신에 입을 옷이라고 하셨다.” 옥자가 말했다. 수옥은 조금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마님께서는 방금 잠이 드셨습니다. 잠시 뒤에 오시는 건 어떻습니까?” 옥자는 호통을 쳤다. “잠시 뒤에 오라니, 이건 대부인의 명령이다. 당장 문을 열 거라. 마님께서 잠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으셨으니 깊이 잠들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수옥이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으면서 울먹이며 말했다. “지금은 정말로 아니 됩니다. 옥자 아주머니,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하지연은 창문 틈 사이로 수옥이 옥자를 가로막고, 옥자가 화가 난 표정을 짓는 걸 지켜보았다. 비단 가게의 주인장이 말했다. “마님께서 잠이 드셨다고 하니 저희는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옥자가 말했다.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치수는 재고 가시지요. 다시 찾아오시려면 번거로울 테니 말입니다.” 옥자는 수옥을 꾸짖었다. “뭘 기다리는 것이냐? 당장 문을 열 거라. 이건 대부인의 명령이다.” 수옥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우물쭈물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마치 문을 열기 두려운 것처럼 수상쩍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연은 차갑게 웃더니 문을 열며 미소 띤 얼굴로 나갔다. “여긴 어쩐 일입니까?” 옥자는 당황했다. “아씨, 아씨께서는 대부인의 처소에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어찌하여 벌써 돌아오셨습니까?” 옥자는 그 말을 한 순간 표정이 굳었다. 그것은 하지연에게 상황을 알려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연은 눈치채지 못한 척하며 말했다. “배가 아파서 약을 가지러 왔습니다. 지금 다시 가보려고요.” 하지연은 시선을 들며 세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사람들은 누굽니까?” 비단 가게의 주인장이 앞으로 나서며 인사했다. “저는 비단 가게의 주인장입니다. 아씨를 뵙습니다.” “비단 가게의 주인장이셨군요. 저희 어머니를 위해 새 옷을 만드시려는 겁니까?” 하지연은 미소 띤 얼굴로 환영하며 말했다. “어서 들어오세요. 어머니께서는 안에 계십니다.” 옥자는 수옥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수옥은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하지연이 돌아오는 걸 보지 못했다. 수옥은 줄곧 문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수옥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옥자의 앞으로 걸어가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아씨께서 돌아오시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방 안에서 사람이 나간 적도 없습니다. 그 사람은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옥자는 고개를 끄덕인 뒤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원씨는 탁자 앞에 앉아 자수를 놓고 있었다. 하지연이 침을 놓아 그녀를 깨우기는 했지만 원씨는 약 때문에 머리가 매우 어지러웠다. “마님!” 옥자가 원씨를 향해 예를 갖춘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병풍 뒤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하백천도 따라서 들어왔고 옥자는 하백천에게 말했다. “병풍 뒤에 들고양이가 있는 것 같구나. 가보거라. 아까 고양이 소리가 들리던데 마님께서 놀라실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백천이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원씨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하백천을 막았다. “고양이는 없다.” 하백천은 웃으며 말했다. “마님, 최근 들어 저택에 많은 들고양이들이 나타났는데 아주 사납습니다.” 원씨는 하백천을 노려보았다. “내 방 안에는 들고양이가 없다. 병풍 뒤에 뭔가를 걸어 놓아서 그런 것이다. 네가 가서 보면 아니 된다.” 옥자가 말했다. “여인이 쓰는 것이겠군요. 그렇다면 제가 가보겠습니다. 들고양이들은 발톱이 아주 날카롭습니다. 혹시라도 마님께서 놀라실까 봐 걱정되니 제가 가보겠습니다.” 옥자는 그렇게 말하며 빠르게 병풍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병풍 뒤에는 아무것도 없고 원씨의 속곳이 걸려 있었다. 확실히 사내들에게는 보여줄 수 없는 것이었다. 옥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수옥을 또 한 번 바라보았다. 수옥 또한 어리둥절했다.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있는데 밖으로 나온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원씨는 분명히 약에 취해서 정신을 잃은 상태였는데 어떻게 깨어난 것일까? “들고양이는 없군요.” 옥자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마님, 대부인께서 제게 재단사를 데리고 마님의 처소로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마님의 옷을 몇 벌 지어줄 생각이라고 하셨거든요. 마님께서는 꽤 오랫동안 새 옷을 짓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오늘 치수를 재서 만든 옷들은 이제 곧 있을 대부인의 탄생일에 입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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