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화 진상이 드러나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독고용재가 비웃음을 흘렸다.
“허, 알고 보니 대부인께서 더 속을 훤히 꿰고 계시군요?”
하 정승 댁 대부인은 이미 배수의 진을 친 태도였다. 그녀는 독고용재의 말을 못 들은 체하고는 눈을 부릅뜨고 계원을 쏘아봤고 굳은 얼굴 살이 파르르 떨려 흉측하기까지 했다.
“말해라. 그렇게 된 것이냐, 아니냐?”
계원은 두 입술이 덜덜 떨렸고 모두가 그의 한마디를 기다렸다.
계원이 그렇다고 하든, 아니라고 하든, 하지연과 서문소경 사이의 추문은 씻기 어려웠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에 꽂힌 채, 계원이 간신히 입을 뗐다. 겁에 질려 목소리가 들썩거렸다.
“대감, 대부인... 소인은 들은 것이 없사옵니다. 원래는 문간을 지키는 자이나 오늘은 혼례라 해서 집사가 소인을 손님 시중에 붙였나이다. 그러다 서문 도련님이 와서 뒤뜰에 가 물건을 좀 옮기자 하여, 정승 댁 귀빈이시니 마다 못 하고 따라갔사옵니다. 그런데 뒤뜰로 들어가시지 않고 호숫가를 돌아 가산으로 오르시더니, 가산에 이르자 서문 도련님이 느닷없이 소인의 목을... 목을 조르셨사옵니다.”
가산에서의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자 계원은 말을 잇지 못했다. 계원은 두려움에 목소리는 파르르 떨렸고 그때는 정말 죽는 줄만 알았다.
계원은 체구도 약해 반항할 힘이 없었다. 목이 죄어 올 때 겨우 몇 번 발버둥은 쳤으나 벗어날 방도는 없었다.
설령 그 순간 빠져나왔다 한들 결국 죽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종의 목숨은 들풀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계원의 진술은 하지연의 누명을 풀어 주었을 뿐 아니라 서문소경과의 사사로이 혼약이 있었다는 터무니없는 말도 단박에 깨뜨렸다.
형조판서가 물었다.
“그러면 너를 찌른 비녀는 서문 도련님이 쓴 것이냐?”
“소인은 모릅니다. 그때 이미 정신을 잃었사옵니다.”
하 정승 댁 대부인의 어깨가 연신 떨리고 입술도 바들바들했다. 겁에 질렸다는 점에서는 표정이 계원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대부인의 심정은 공포보다 분노에 가까웠다.
오늘 벌어진 이 일에 관해 대부인은 전혀 몰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