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화 원씨의 분노
하지연이 방처서를 원씨에게 내밀었을 때 원씨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받아 들고 한 번 훑어보더니 소희에게 말했다.
“소희야, 장 안 첫 번째 작은 상자에 잘 넣어두어라.”
“마님, 뭐라고 쓴 건지 안 궁금하십니까?”
소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원씨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다.
“어리석은 애야. 무엇이 쓰였든 상관없다. 방처서 그 세 글자면 족하니.”
“아...”
소희는 사정을 다 알지 못했기에 시키는 대로 소중히 넣어두었다.
하지연은 자리에 앉아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드디어 자유로운 몸이 되셨습니다.”
원씨가 담담히 웃었다.
“그래, 이제 자유구나. 지연아, 고맙다.”
“모녀 사이에 그런 말이 어디 있습니까.”
원씨는 손을 더듬어 딸의 손을 꼭 잡더니 문득 표정을 고쳤다.
“이 생애 너는 언제나 나의 딸이고 이 정은 변치 않을 것이다.”
하지연은 가슴이 조금 뜨거워졌다.
원씨는 평생 원래의 하지연을 잊지 못하겠지만 그녀는 원씨의 두 번째 딸이 되어도 좋았다.
양 상궁은 옆에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방처서를 받아 자유가 되셨다지만 저는 마음은 오히려 더 쓰립니다.”
“무엇이 그리 신경 쓰이는 겁니까? 이 얼마나 좋은 결말입니까?”
하지연이 웃어 보이자 양 상궁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무엇이 슬픈지 알 수 없사오나... 마님이 이런 대우를 받으실 분은 아니라 여겨져서 속상할 따름입니다.”
원씨가 말했다.
“상궁은 궁중에서 세상사를 다 보지 않느냐? 속세의 모든 일은 그저 겪고 지나갈 한때일 뿐이다. 옳고 그름이나 마땅함 따위를 매어둘 일은 아니니라.”
양 상궁이 눈가를 훔치고는 예전보다 훨씬 너그러워진 얼굴로 웃어 보였다.
“좋습니다. 경사라고 하시니 오늘 밤은 성대히 축하합시다.”
그때 소희가 문득 물었다.
“허나... 이제 마님께서는 정승 나리와 화리하셨으니 앞으로 어디로 거처를 옮기시는 겁니까? 혹 본가로 돌아가실 생각이십니까?”
하지연이 고개를 저으며 어머니를 보았다.
“뒤뜰 그 땅은 아직 마음에 드십니까?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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