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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사당에서 일어난 일

서문소연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영용부인은 태연히 몸을 돌렸다. “부인께서 반기지 않는다니,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서문소연은 성큼 다가서서 그녀의 앞을 막았다. “말을 분명히 하세요. 임씨 가문 아씨라니요? 누가 정승 댁으로 시집을 간단 말입니까?” 옆머리를 정돈하며 영용부인은 불안한 기색을 보이는 서문소연과는 달리 담담했다. “모르셨습니까? 정승 댁에서 또 혼례를 치른답니다. 이번에는 임 시랑의 손녀, 임씨 가문의 큰아씨를 맞이한다더군요.” 서문소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입만 열면 늘 허튼소리를 하잖아요.” “믿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영용부인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제가 오늘 일부러 온 건 잘난 척하려는 게 아니라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부인이 진심으로 혜원이를 아껴주었으니까요. 더는 속지 마세요. 정승 댁과 임씨 가문의 일은 이미 경성 사람들 사이에 다 알려진 일이에요. 다만 부인만 여기 숨어 지내니 몰랐을 뿐이지요.” 서문소연은 비웃었다. “부인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를 줄 아십니까? 그렇게 착한 척하며 충고할 리가 없잖아요.” 영용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 망신당하기를 자초하겠다면 제가 막을 수는 없지요.” 이 말을 끝으로 그녀는 가마에 올라타 떠났다. 불안감이 순식간에 밀려와 서문소연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쳤다. ‘분명 날 아내로 맞이하겠다며 굳게 약속했는데 왜 느닷없이 임씨 가문의 아씨가 나타난단 말이지? 그럴 리가 없어. 틀림없이 일부러 내 화를 돋우려고 꾸민 거짓말이야. 본래 간사하고 악독한 인물이니 이번에도 이간질을 하려는 것이겠지.’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마음은 전혀 진정되지 않았다. 거짓이라 믿고 싶었지만 냉담하던 하종수의 태도가 떠올라 그녀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여봐라!” 서문소연이 방 안으로 들어서며 날카롭게 외쳤다. “예!” 하인 하나가 허리를 굽히며 달려왔다. “나가서 알아봐라. 임씨 가문의 아씨가 나리에게 시집간다는 말이 사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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