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2화 섭정왕의 혼인
유요현주가 황급히 뒤따르며 물었다.
“지연 낭자를 찾으셨습니까?”
독고은정이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니다. 다만 그렇게 말해 두어야 그 어미가 한을 품지 않고 눈을 감을 수 있을 듯하여 그리한 것일 뿐이야.”
유요현주의 눈빛이 스며들 듯 어두워졌다.
“이미 찾으신 줄 알았습니다.”
독고은정은 폐허가 된 석두 마을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그 아이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하 정승의 몰락은 곧 조정의 큰 파란을 일으켰다.
그의 부귀가 부패와 얽혀 있음이 드러나자 형조는 깊이 파헤쳤고 그 끝에서 썩은 가지처럼 문드러진 관료들이 줄줄이 드러났다.
그들은 하 정승이 양 태부에게 몸을 의탁하던 무렵 태부에게 인도되었던 자들이었다.
결국 하 정승이 쓰러지자, 그 무리 또한 태부를 따르는 족속이 되었다.
양 태부가 하 정승을 중히 여긴 까닭은 그의 넓은 인맥 때문이었다.
그 인맥을 얻고 나자 더는 그를 지켜줄 이유가 없었다.
그는 오히려 흡족해 했다.
비록 강시병이 조정을 어지럽혔으나 독고용재가 이를 진압했고 그 혼란 속에서 양 태부 역시 사람을 모아 세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양 태부는 섭정왕이라 해도 감히 그 무리를 치지 못하리라 여겼다.
그들은 대부분 요직에 있었고, 그들을 처단한다는 것은 곧 조정의 피를 새로 갈아엎는 일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선제를 섬겼던 공신이자, 지금은 황제를 보좌하는 대신들이었다.
섭정왕이 무리하게 칼을 빼면 조정의 원망이 폭발하리라 여겼다.
그러나 뜻밖에도 독고용재는 하 정승의 목을 베기도 전에 그 무리부터 베어 버렸다.
형조의 절차 따위는 없었다.
죄증이 적힌 문서를 한 아름 들고 조정 한가운데에 내던졌다.
“용서할 수 없다. 모두 참하라.”
이토록 단호하고 매서운 손놀림에 양 태부는 숨을 삼켰다. 바로 그 옛날, 량국의 섭정이 보여주던 냉철함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의 단죄는 칼날처럼 정확했다. 질질 끄는 법도, 변명할 틈도 없었다. 한 번 내린 명에 따라, 조정의 사대부 열여섯 명의 목이 단칼에 날아갔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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