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7화 혼인
경성의 거리는 이른 새벽부터 술렁였다.
섭정왕이 혼례를 올린다는 소식이 온 도성에 퍼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연과 혼약을 맺은 왕이,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여인을 두고 다른 여인과 혼례를 올린다니...
독고용재는 강시병을 평정한 공신이었고 태황태후의 윤음으로 정해진 혼사였다. 감히 거역할 수 없는 명분 앞에서 백성들의 입은 서서히 다물렸다.
게다가, 세상이 더 놀란 것은 따로 있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태황태후가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이었다.
허나 태황태후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 또한 불가사의할 것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렇게 수군대며, 더는 왕의 혼례를 탓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독고용재의 혼례 준비는 소란스러우면서도 묘하게 담담히 흘러갔다.
진유정은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할머니, 전에 오라버니들을 보내 지연 낭자를 지키게 하신다 하셨잖습니까. 그런데 자연 낭자는 돌아오지 않고 오라버니들 소식도 없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요?”
진태군은 잔잔히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리석은 계집아, 큰일을 이루려면 조급히 굴어선 안 된다. 때가 오면 모든 게 제자리를 찾게 마련이지.”
“자연 낭자가 돌아오지 않으면 무슨 제자리입니까. 저는 믿지 않아요.”
“혹시 돌아올지도 모르지.”
“할머니, 무언가 아시면서 말씀을 안 하시는 거지요?”
진태군은 미소만 지었다.
그 미소가 의미하는 바를 진유정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혼례날 아침, 경성은 붉은 기운으로 물들었다.
이른 시각, 어방이 붙었다.
‘섭정왕 대혼을 칙고하노라. 천하의 농호는 반년 면세, 상인은 반년 감세한다.’
은전이 돌면 민심은 잠잠해지는 법. 백성의 바람은 단출했다. 돈을 주거나, 빼앗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태황태후의 한 수는 놀라웠다. 온 성안의 입이 곧 닫히고, 불만이 눈 녹듯 사라졌다.
무엇보다, 그 재물은 그녀의 금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영리한 일이었다.
윤음에는 또 한 줄이 덧붙어 있었다.
‘모든 대신은 후한 예물을 갖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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