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소희, 궁에 들어가다
영용부인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지만 이미 하인들이 소희를 데리러 간 뒤라 양 상궁 앞에 더는 무슨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영용부인은 그저 옆에서 초조하게 서서 기다릴 뿐이었다.
잠시 후 두 시녀에게 부축된 소희가 끌려 나오듯 들어왔다.
소희는 거의 서 있지도 못할 지경이었으며 머리와 얼굴은 온통 피범벅이었다. 옷은 군데군데 찢겨 살갗 위로 휘갈긴 채찍 자국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그 어린 몸이 얼마나 혹독한 매질을 당했는지 짐작이 갔다.
궁중에서 별별 잔혹한 꼴을 다 보아온 양 상궁도 소희의 처참한 모습에 얼굴이 굳어졌다.
“도대체 이 계집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까지 매질한 겁니까?”
대부인 역시 미처 예상하지 못한 광경에 얼굴빛이 돌변하면서 영용부인을 매섭게 노려보며 날카롭게 꾸짖었다.
“어찌 된 일이냐? 내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느냐? 아무리 하인이 잘못했다 한들 이렇게까지 패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영용부인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했다.
“어머님, 노여움을 거두십시오. 이 아이가 물건을 훔치고도 끝까지 잡아떼기에 하백천에게 심문하라고 했는데 이렇게까지 세게 때릴 줄은 몰랐습니다.”
양 상궁은 영용부인의 말이 변명에 불과하다는 걸 모를 리 없었지만 남의 집안일을 궁노비인 자신이 더 캐묻는 건 월권이었다. 다만 소희가 이 지경이라 더는 정승 댁에 남겨두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두면 언제 어디서 몰래 죽여 내다 버려도 아무도 모를 터였다.
“옷이나 수습해서 바로 마차에 태우십시오.”
양 상궁은 일부러 소희를 옷도 갈아입히지도 않고 그대로 데려가기로 했다. 어차피 궁에 들어가면 다시 손을 봐야 했다.
영용부인은 잰걸음으로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양 상궁, 사실 황후마마께서 지연이 곁에 둘 시녀를 찾으시는 거라면 굳이 이 아이 말고 다른 사람을 택하시는 것이 어떠냐? 정승 댁에는 지연의 습성을 잘 아는 아이들이 많으니 더 잘 시중들 수 있을 것이다.”
영용부인은 진심으로 대안을 낸 것이 아니라 황후가 소희를 지목한 이유를 떠보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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