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소희의 진술
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곳은 궁궐이니 법도를 지켜야지 어찌 함부로 할 수 있단 말이냐? 만약 너보다 낮은 품계의 빈첩이 너를 양 씨라고 부른다면 기분이 좋겠느냐?”
양 씨는 민비의 성씨였다.
민비 역시 태후께서 규율을 매우 중시하는 분임을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변명하지 못하고 영용 부인을 꾸짖었다.
“너도 괜히 긴장할 필요 없다. 평소 집에서 하던 대로 하면 될 것을 어찌 분수를 잊었느냐?”
영용 부인은 가르침을 받는 듯 공손하게 아뢰었다.
“예, 소첩 명심하겠습니다.”
황후는 손 내관에게 명했다.
“하지연의 곁을 지키는 계집종 소희를 데려오라. 상처가 낫지 않았으면 들것에 실어 오도록 하여라.”
“예!”
손 내관이 답했다.
하종수는 그 계집종이 끌려온다 하더라도 자신이 곁에 있는 한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할 것이라 여겨 손 내관을 막지 않았다.
손 내관이 떠난 후, 하종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모든 것은 어떻든 간에 모두 신의 불찰이옵니다. 달게 벌을 받겠사옵니다.”
이리 말함으로써 그는 책임감 있는 태도를 드러내려 했다.
하지만 황후는 그의 태도를 무시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은 누구의 잘못이든 잘못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만약 정승이 잘못했다면 나 역시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고 원 씨가 사주했다면 원 씨 또한 엄벌에 처할 것입니다.”
하종수가 말했다.
“예, 소신 달게 벌을 받겠사옵니다.”
하지연은 전각 밖에서 이들의 대화를 모두 엿듣고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모든 것은 어머니와 자신의 잘못이라니, 그들은 어찌 저리 뻔뻔할 수 있을까! 당대 정승이 어찌 저리 염치없을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그녀의 가치관을 뒤흔드는 일이었다.
진실로 원 씨가 어찌 저런 자에게 시집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비록 높은 정승 자리에 있기는 하나, 사내다운 기개도, 대범함도 없이 오직 잇속만 챙기며 권력 다툼에만 혈안이 되어있었다. 저런 자는 솔직히 말해 가문의 음덕과 조상의 보살핌, 그리고 순전히 운이 좋아 정승 자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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