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품에 안다
원 씨는 그저 영용 부인을 담담하게 힐끗 볼 뿐 표정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마치 아예 모르는 사람인 듯했다.
그녀는 나아가 무릎 꿇고 예를 갖추며 아뢰었다.
“신첩 원취옥, 황후 마마께 문안드리오비다. 황후 마마 만복을 누리소서.”
“원취옥!”
황후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젊었을 적, 그녀는 원 씨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같은 여인이었지만 그녀는 원 씨가 실로 천상의 자태를 지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요염한 아름다움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황후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눈가를 쓸어보았다. 세월은 원 씨를 비껴간 듯, 이전보다 조금 더 세월의 풍상을 지녔을 뿐 결코 늙지는 않았다.
“예!”
원 씨는 두 손을 가지런히 땅에 대고 엎드렸다가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온화하고 담담했다.
하종수는 병풍 뒤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원 씨를 바라보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
솔직히 말해 그녀와 진영용이 밖에 꿇어앉은 모습을 보니 진영용이 저리 험한 꼴을 당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멀쩡히 곱게 단장한 모습이라 한들 원 씨의 용모에 십 분의 일도 미치지 못할 것 같았다.
풍채며 태도, 내면의 깊이는 말할 것도 없이 그 격조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는 마음속으로 복잡한 감정이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어쩐지 불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황후는 화폭을 펼치게 하고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원 씨, 저 그림을 알아보겠는가?”
영용 부인은 허둥지둥 기어 나와 애원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정하지 마십시오. 이건 부인이 그린 게 확실한 것 아닙니까.”
원 씨는 그림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영용 부인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아뢰었다.
“황후 마마, 이건 신첩이 그린 그림이 맞사옵니다.”
영용 부인은 뛸 듯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황후 마마, 저 여인이 자백하였습니다. 저 여인이 그린 그림이니 소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마마!”
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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