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그녀에 대한 불신
그 사이, 검은 곤룡포에 관을 쓰고 옥대를 찬 한 사내가 나타났다. 이마에서 왼쪽 눈썹으로 잇닿은 흉터가 강건한 얼굴을 더욱 돋구었고 눈빛은 날카롭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안성왕과 눈짓을 주고받은 뒤,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하지연은 그를 눈치채지 못한 채, 오로지 독고용재의 몸을 한 땀 한 땀 정성껏 꿰매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은 독고은정이 어린 새색시처럼 옆에서 살뜰히 닦아주고 있었다.
한 시진이나 이어진 바느질이었지만, 아무리 뛰어난 솜씨라도 후진 도구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하지연은 마침내 몸을 일으켰으나 이미 기력이 다한 탓에 눈앞이 흐려지며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
그 순간, 막 나타난 사내가 그녀를 붙잡으며 무심하게 내뱉었다.
“조심하시오.”
바느질로 몹시 떨리는 손으로 그의 팔목을 붙잡은 하지연은 쉽사리 진정하지 못했다.
잿빛으로 질린 얼굴로 그를 올려다본 그녀는, 문득 남녀칠세부동석을 떠올리고는 황급히 손을 놓았다.
독고은정이 의자를 가져와 하지연에게 권하며 앉게 하고 물 한 잔을 건네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일곱째는 좀 어떠냐?”
하지연은 물 한 잔을 모두 들이켜고 컵을 내려놓은 뒤, 두 손을 맞잡아 떨림을 억눌렀다. 독고은정의 물음에 모두가 그녀의 답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떠냐고?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멍하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니 그는 마치 고장 난 인형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고 숨소리조차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다.
“반 시진 후에 그의 혈 자리를 찌를 것입니다.”
그녀는 굳이 목덜미 뼛속 골수에 침을 놓아 조혈모세포를 자극하여 피를 만들어내게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혈을 찌른다고 말하면 그들은 더 이상 캐묻지 않을 테니까.
독고은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일곱째는 죽는 것이냐?”
하지연은 그녀를 보며 입술만 달싹거릴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죽을 수도 있었다. 십중팔구는 죽을 것이다.
허나,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두려웠고 믿고 싶지도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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