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금침술

문지기의 호의가 도리어 독고은정에게는 오해로 비쳤고 화가 난 그녀는 성큼성큼 걸음을 내디디며 냉랭한 말투로 물었다. “고작 하룻밤 집에 들지 않은 것이 그리 큰 죄로 여겨지는 것이냐?” 그러자 하지연은 독고은정의 손을 잡고 소리를 낮추며 대답했다. “괜한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저자 또한 악의는 없습니다.” 독고은정은 의아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하지연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네 집에 네가 돌아온 것인데 어찌 그리도 숨어 다니느냐?” 하지연이 대답했다. “숨어드는 것이 아니라 다투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저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쳤으니.” 원래 그녀는 독고은정을 안으로 들일 뜻은 없었으나 오는 길 내내 마차 안에서 했던 말이 떠올라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였다. 두 사람이 막 돌아서려던 참에 어디선가 날 선 목소리가 들렸다. “이리도 이른 시각에 여기서 무얼 하십니까? 혹여 아예 하룻밤을 밖에서 보낸 것입니까?” 하지연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욕설을 삼키며 이를 갈았다. ‘책을 볼 틈도 주지 않는구나.’ 독고은정이 돌아보니 그 소리의 주인공은 손에 갓 꺾은 연꽃 한 다발을 들고 서 있는 중년 여자였다. 꽃잎에는 이슬이 맺혀 있으니 분명 이 집안의 하인일 게 분명했다. “제가 어디를 다니든 아주머니께 알릴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옥자라 불리는 그 여인은 독고은정을 쓱 훑어보았다. 전에는 본 적 없는 얼굴이니 옥자 아주머니는 지금 앞에 서 있는 여인이 지위 높은 공주인 줄은 알 리 없었다. 입은 옷차림이 그리 화려하지 않은 데다 행실 또한 우아하다기보다는 기백이 넘치니 그럴 만했다. 옥자 아주머니는 독고은정을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하지연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씨께서는 사람을 사귀실 적에 마땅히 스스로의 신분을 지켜야 합니다. 혹여 누군가에게 물들어 나쁜 평판을 얻는다면 하룻밤 집에 들지 않은 일만으로도 세상에 소문이 험악하게 날 테니 말입니다.” 하지연이 뭐라 대꾸도 하기 전 독고은정이 버럭 화를 내며 반박했다. “썩 물러가거라! 너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이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