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길을 인도하는 자
하지연과 원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바깥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듣기만 해도 불쾌해지는 목소리의 주인을 곧바로 알아챘다.
그리고 원씨 또한 눈치챘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 여인이 어찌 이리로 온 것이냐?”
하지연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씩 웃으며 대답했다.
“옥자 아주머니께서 제가 공주마마와 함께 오늘 아침에야 돌아온 것을 보시고는 곧장 대부인께 이른 것 같습니다. 하나, 대부인께서 친히 오시지 않으실 터이니 분명 대신 보낸 것이지요.”
“공주마마라니?"
원씨가 뭐라 더 묻기 전에 밖에서 독고은정의 성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는 또 누구이기에 들어오자마자 그리도 사납게 구는 것이냐? 그리고 어찌하여 이리도 많은 인원을 끌고 온 것이냐?”
원씨가 나가려 하자 하지연이 그녀의 손을 붙들었다.
“서두르지 마세요. 이 일은 저희와 상관이 없습니다. 공주마마께서 직접 상대하시도록 두는 것이 맞고요.”
원씨가 의아한 눈빛으로 하지연을 쳐다보다 이내 사정을 알아차리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 너를 곤란하게 만드는구나. 나를 지키려고 늘 조심하고 한 치 앞도 다 계산하다니... 네 나이 또래라면 원래라면 부모의 손에 귀히 받들어야 할 터인데.”
그러자 하지연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니, 제가 지켜야 할 이가 있다는 것이야말로 제 일생의 가장 큰 행복입니다.”
전생에서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를 지켜낼 수 있기를 줄곧 바랐다.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의 하지연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일만 하는 기계와 같았기 때문에.
원씨는 듬직한 하지연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예전에는 너를 위해 나서지 못하였으나 이제는 다르다. 내가 반드시 너를 지켜줄 테니 이제 누구도 너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다.”
하지연은 포옹에 익숙지 않았으나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발걸음을 옮겨 문을 열었고 양 상궁 또한 옆에 서 있었으나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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