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나는 영의정 댁 바깥 골목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다. 밤 순찰대가 두 바퀴 돌고 나서야 고문보가 엉망진창인 모습으로 개구멍에서 기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주변을 살피며 누군가에게 발각될까 두려워하며 뛰었다. 고개를 돌린 순간 나와 부딪히고 말았다. 고문보는 반사적으로 고래고래 소리쳤다.
“어느 자식이야! 눈멀었느냐!”
나는 손에 유성검을 들고 그의 앞에 섰다. 손목을 가볍게 꺾자, 유성검은 달빛 아래 섬뜩한 광채를 뿜어냈다.
“고문보, 오랜만이구나.”
나의 얼굴을 알아본 그는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내뱉었다.
“낭, 낭자는 죽지 않았소?”
나는 냉소하며 말했다.
“네가 죽지 않았는데 내가 어찌 죽을 수 있겠느냐?”
그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했다. 나는 그보다 먼저 손을 써 그의 다리를 찔렀다. 그는 휘청거리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그를 끌고 극장으로 향했다.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불어올 때 나는 물었다.
“고문보, 바람에 실려 오는 울음소리와 분노가 들리느냐? 모두 너에게 목숨값을 청하러 온 자들이다.”
고문보는 두려움에 떨며 주변을 살폈다.
“낭자, 나를 놀라게 하지 마시오. 나는 겁이 없소. 이 세상에 귀신 따위는 믿지 않소.”
나는 쪼그리고 앉아 그의 목에 유성검을 대었다.
“그렇겠지. 만약 귀신이 있다면 너의 목숨은 진작에 거두어갔을 것이다.”
“이화연, 헛소리 집어치워라. 너는 감히 나를 죽이지 못한다. 나는 영의정의 아들이고 너는 지금 신분이 없는 고독한 망령일 뿐이다! 나를 죽인들 너도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
나는 검을 힘껏 찔러 넣었다. 고문보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이화연, 화연 낭자, 내가 잘못했소. 무엇을 시키든 다 할 테니 제발 나를 죽이지 말아주오.”
그는 애원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
“네게 묻겠다. 극장 일에 너는 얼마나 관여했느냐?”
“맹세하건대, 나는 그저 낭자와 그자들이 왕래하는 것을 보았을 뿐이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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