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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강시현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나 후회하고 있어.” 그 말에 유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공기 중 분위기는 점점 더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았고 마치 숨소리조차 사라진 듯 고요했다. 하지만 유지민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고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강시현은 다시 눈을 떠 유지민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민아,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나도 이제 알아. 그동안 너에 대한 내 감정을 일부러 외면해 왔어. 넌 내가 키웠기에 네 앞에서는 항상 어른인 척했어. 하지만 이제 약속할게. 결혼하고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응? 내 곁으로 돌아와 줘, 제발...” 강시현의 말에도 유지민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강시현 씨, 아프면 병원에 가세요.” 유지민은 더 이상 강시현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녀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내 사랑도 내 선택이지 강시현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거야! 강시현이 원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강시현을 밀쳐내고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곧장 푸르지아 쪽으로 걸어갔다. 유지민에게 밀쳐진 강시현은 기운이 쭉 빠진 듯 몸을 휘청이며 차 문에 기대었다. 그의 눈빛은 상처로 물들었고 심장은 꽉 조이는 고통으로 미어지는 듯했다. 멀어져가는 유지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시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강인혁은 도대체 무슨 마법을 쓴 거지?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까지 굳건하게 믿을 수 있냐고!’ 가슴 깊은 곳까지 뒤틀리듯 답답해진 강시현은 결국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유지민이 집에 돌아왔을 때 강인혁은 막 샤워를 끝내고 나온 참이었다. 아침의 술기운은 이제 거의 다 가셨지만 몸에 묻은 서현진의 향수 냄새는 여전히 역겨웠다. 서현진과 닿지는 않았지만 그저 몇 마디 섞은 것만으로도 강인혁은 진절머리가 났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는 곧바로 샤워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강인혁은 유지민의 안색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가장 먼저 알아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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