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2화

신뢰가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는 건 정말 어렵다. 아무리 상처가 아물고 있다고 해도 작은 자극에도 쉽게 다시 벌어지곤 했다. 유지민은 화분 뒤에 숨어 살며시 눈을 감으며 감정을 억누르고 옆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집중했다. 강인혁은 눈앞에 나타난 방현지를 보고도 아무런 동요 없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방현지는 그의 무심한 태도에 하루 종일 쌓였던 속상함이 폭발할 듯했다. 그녀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답했다. “오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다른 부서로 보낸다는 거예요?” 전에는 비서실에 있으면서 매일 강인혁을 볼 수 있었고 자유롭게 그의 사무실을 드나들 수 있었지만 마케팅팀으로 옮기게 되면 하루 종일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고 심지어 밖에서 업무를 뛰어야 했다. 어릴 적부터 귀하게 자라온 방현지는 이런 힘들고 고된 일은 해본 적이 없었다. 오늘 하루 겪은 것만 해도 다리가 풀릴 정도였다. 그녀는 강인혁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게 만들려는 의도라고 확신했다. 강인혁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너 전공이 마케팅이지? 방현지, 너희 아버지와 오빠가 내 회사로 너를 보낸 건 경험을 쌓으라는 의미야. 그래서 마케팅 부서로 보낸 건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너희 오빠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나도 잘 알아. 그래서 날 믿고 너를 맡긴 거잖아.” 그 말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지만 방현지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인혁 오빠, 지민 언니가 무슨 말을 해서 오빠가 날 오해하게 만든 거 아니에요? 목걸이 사건도 다 오해였잖아요. 오빠가 목걸이를 준비할 줄은 나도 몰랐다고요.” 강인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심기 불편한 목소리로 답했다. “왜 갑자기 지민이를 끌어들여? 그리고 전에도 말했지만 더 이상 나랑 지민이 사이에 끼어들지 마.” “오빠, 지민 언니가 오빠를 신경 안 쓴다고 생각했잖아요. 지민 언니 마음을 확인하고 싶으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강인혁은 비웃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