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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양민하는 재빨리 신발을 신고 강시현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협력 관계였기에 당당하게 함께 연회에 참석했다. 반면 광대처럼 옆에서 따라가는 유지민은 남들의 눈에 억지로 끼어든 것처럼 보였다. 연회장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세 사람에게 쏠렸다. 누군가 대놓고 농담을 던졌다. “강 대표님, 요즘 여자 복이 터진 것 같네요. 대스타와 협력한 것도 모자라 옆에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분도 계시고요.” 유지민은 자신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재킷을 여미고 한쪽으로 걸어갔다. 강시현은 유지민이 자리를 피한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양민하는 강하 그룹의 모델이자 우리 회사 협력 파트너입니다.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그럼 아까 그분은요?” 강시현이 시선을 돌리려는 순간 양민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강 대표님과 제가 아무리 비슷한 나이라고 해도 같이 이렇게 서 있는 것만으로도 농담을 하면 안 되죠? 전 스캔들 상대를 더 늘리고 싶지 않아요.” 그 말에 사람들은 양민하를 바라보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양민하는 드라마를 찍을 때마다 상대 배우와 스캔들이 났다. 하지만 그녀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외모가 워낙 출중한 데다 오늘 입은 드레스는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러니 어느 남자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 남자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네네, 우리가 어찌 감히 스캔들을 조작하겠나요?” 한편 연회장 구석에 조용히 숨어 있는 유지민은 연회가 끝나면 곧장 떠나려고 했다. 이때, 덩치가 크고 거친 남자가 와인 잔을 들고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혹시... 강하 그룹 홍보 팀장 아닌가요?” 모두가 양민하의 미모를 칭찬했지만 이 남자는 유지민을 본 순간 그녀야말로 진정한 요물이라고 생각했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어 새하얀 피부가 더욱 도드라졌고 전체적인 실루엣은 가녀리면서도 우아했으며 화려한 화장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빛나는 고급스러움과 차도녀의 분위기에 그야말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남자는 유지민의 몸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강 대표님께서 얼마 전 내게 술 두 병을 선물하셨는데 오늘 같이 한잔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우리와 강하 그룹의 협력도 더 탄탄해질지 모르죠.” 남자가 코앞까지 들이댄 술잔을 본 유지민은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이 남자가 강하 그룹과의 계약을 미끼로 그녀를 협박하고 있었기에 아직은 강하 그룹의 직원인 그녀는 회사에 폐를 끼칠 수 없었으므로 함부로 피할 수 없었다. “성 대표님, 제가 술을 잘 못 해서요. 몇 잔이나 마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성주만이라는 이 남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마실 수 있을 만큼만 마시면 되죠.” 결국 유지민은 억지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와인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면서 강렬한 자극이 느껴졌다. 그날 밤 김유성과 마셨던 양주보다도 뒷맛이 훨씬 강했다. 성주만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의 두꺼운 손을 유지민의 어깨 위에 올리려 했다. 입술을 질끈 깨물며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는 유지민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자 성주만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순간 성주만의 얼굴에 있던 희미한 웃음도 사라졌다. ‘아직 덜 취했군... 더 마시게 해야지.’ 이때 멀리서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 정말 술을 못 마셔요. 제발 놓아주세요...” 양민하였다. 강시현은 조금 전부터 협력 업체 대표들에게 붙들려 있었다. 그들 모두 강하 그룹의 중요한 협력사였기에 강시현도 마냥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양민하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즉시 시선을 돌렸다. 강시현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한 뒤 잔을 들고 양민하 쪽으로 다가가더니 이내 어두운 얼굴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다른 남자로부터 떼어놓았다. 술에 취한 남자는 비틀거리며 소리쳤다. “강 대표님,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전 단순히 양민하 씨의 상업적 가치를 높게 평가해서 광고 계약을 제안하려 했을 뿐입니다. 사업은 술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거, 강 대표님도 아실 텐데요?” 양민하는 강시현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그의 재킷을 꼭 붙잡았다. “시현 씨, 도와줘.” 강시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실례를 범할 수 없었던 강시현은 문득 한 사람이 생각났다. 유지민이 어디에 있지? 연회장에 도착한 이후로 그녀를 본 적이 없었다. 어디로 간 걸까? 강시현은 즉시 시선을 돌려 유지민을 찾았다. 멀지 않은 곳에 유지민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휘청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 옆에는 성주만이 그녀에게 끊임없이 들이대고 있었다. 강시현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이내 단호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유지민.” 자신의 이름을 들은 유지민은 본능적으로 강시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도 분명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이었다. 강시현은 과연 그녀를 도와줄까? 강시현의 싸늘한 표정을 발견한 성주만은 눈치껏 피하며 더 이상 달려들지 않았다. 유지민은 틈을 타 서둘러 빠져나와 강시현의 곁으로 다가갔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려는 순간, 강시현이 싸늘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민하가 술을 못 마시니까 네가 대신 마셔.” 얼굴이 창백해진 유지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지만 강시현은 여전히 차가운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그녀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고 있었다. 너무 슬픈 나머지 가슴이 답답해 숨이 막힐 지경이 된 그녀는 울분을 참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더 이상 못 마시겠어요. 강 대표님, 다른 분을 불러주세요...” 유지민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시현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코웃음을 쳤다. “그날 김유성과 술 마실 때는 그렇게 잘 마시더니 왜 갑자기 못 마신다는 거야?” 유지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강시현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유지민의 심장을 찌르는 듯했다. “어제 민하를 다치게 한 일도 아직 사과하지 않았잖아. 그러니 술로 대신 사과해.” 유지민의 마음은 또 한 번 ‘쿵’하고 내려앉았다. 고개를 돌렸지만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강시현은 이제 그녀의 생사조차도 신경 쓰지 않는 걸까? 양민하가 연회에서 잔뜩 취해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면서 그녀에게 높은 도수의 술을 강요하고 있었다. 마음이 칼에 베인 듯 아픈 유지민은 고개를 들어 강시현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을 마주한 강시현은 여전히 그녀에게 싸늘했다. 그러고는 이내 양민하를 끌어안고 자리를 떠났다. 한 걸음을 옮긴 양민하가 비틀거리더니 강시현의 품 안으로 쓰러졌다. “시현 씨, 나 좀 취한 것 같아.” 강시현은 주변의 시선 따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양민하의 손을 꽉 잡았다. “쉬러 가자.” 두 사람이 꽉 잡은 두 손을 본 유시민은 초라한 광대같은 본인의 모습에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편 유지민의 얼굴을 본 협력업체 대표는 이내 화를 가라앉혔다. 이 파티에 이런 절세미인이 있는 걸 왜 몰랐을까? 그는 화려하고 밝은 매력의 양민하보다 차갑고 우아한 분위기의 유지민에게 더 끌렸다. 비록 그녀가 강 대표와 함께 왔지만 강 대표가 누구를 더 신경 쓰는지는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자, 아가씨, 우리 술 마시자. 너무 긴장하지 말고.” 유지민은 그들을 밀어냈다. “마실 테니까 건드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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