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3장 진희원이 나서다
이런 상황은 반드시 상부에 보고해야 했다.
특히 흉수가 출몰했다는 의심도 들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했다.
최근 들어 경주에 비가 많이 내렸다.
오전에 용호산의 사람이 서강으로 가서 확인해 보았다.
확인해 본 바 용사슬은 확실히 끊어졌지만 봉인은 여전했다.
가장 이상했던 점은 교룡이 나오려고 한 흔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중양대사는 산으로 돌아가기 전 그들에게 약속했었다. 돌아가서 물건을 챙기면 바로 경주로 돌아오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동안 그들에게 봉인을 잘 감시하고, 혹시라도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 연락하라고 했다.
그들은 중양대사에게 서강 쪽 일을 전했었다.
그동안 여러 곳의 봉인이 느슨해졌기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경주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봉인에 문제가 생긴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흉수와 다른 나라의 수행자까지 나타났으니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수행자들은 무엇 때문에 이곳에 나타난 걸까?
어떤 상황이었길래 신분을 들킬 위험도 감수하고 둔지술을 사용한 걸까?
그들을 공격한 사람은 또 누구일까?
그러나 현장에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단서가 전혀 없었다.
떠나기 전 그들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서 검은색 깃털을 발견했다.
“이건 까마귀가 남긴 것 같은데요.”
“도심에 까마귀가 있다고요?”
생태 문제로 인해 다른 곳에서도 조류를 보기는 힘들었다. 기껏해야 참새가 가끔 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도심에 까마귀가 나타나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죽은 사람이 있어서일까요?”
도를 닦은 기간이 짧은 이가 물었다.
나이가 조금 많은 자가 허탈한 듯 말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해도 안 듣더니.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니? 까마귀는 불길한 동물이 아니란다.”
“저 둘을 데려가서 특수 작전팀에게 이 일을 맡겨야겠어.”
두 구의 시체가 여기 놓여있으면 괜한 소란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런 일은 일반 형사들이 처리하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특수 작전팀에 맡겨서 처리하는 것이었다.
“건물도 복구해야 하고.”
“하지만 사숙, 저는 기운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아요. 아주 익숙한 기운이에요.”
“어렴풋하지만, 아마도 남쪽인 것 같은데...”
진희원이 간 새로 스퀘어가 바로 남쪽에 있었다.
진희원은 서지석이 이곳에 왔었다고 확신했다. 바닥에 서지석이 좋아하던 유리구슬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곳의 피비린내가 가장 짙다는 점이었다.
진희원은 아주 어두운 눈빛으로 오른손에 채찍을 들고 있었다.
아래로 갈수록 피가 더 많았다.
아직 서지석의 피는 발견되지 않았다. 만약 서지석의 피가 발견됐었더라면 진희원의 성격에 아마 근처에 있던 악령들을 전부 잡아 죽였을 것이다.
그 외에 다른 사람도 있었다.
진희원은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지하에서 이상한 기척이 느껴짐을 발견했다.
상대는 그녀를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서지석을 유인했던 두 명은 일본에서 파견한 수행자 중에 가장 약한 이들이었다.
상서 사냥을 책임진 것은 세미나에 참가하러 온 대사 중 한 명이었다.
이번에 한국에 온 사람 중 일부는 공개적으로 움직였고 다른 이들은 모습을 숨긴 채로 움직였다.
몇 년간 함께 협력한 한국 대사들과 만나려고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상서가 바로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 진법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정체를 드러내야 했다.
진희원이 나타났을 때 일본 대사는 이미 그녀의 존재를 발견했다.
그는 처음에 진희원이 용호산의 신입인 줄 알았다. 만약 진희원이 용호산의 신입이라면 반드시 그녀를 피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보니 피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냥 지나가던 행인인 듯했다.
그래서 그는 무시하거나 기절시키면 될 거로 생각했다.
선두에 서 있던 수행자가 좌우로 눈치를 주자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네 명의 사람이 튀어나와서 진희원의 등 뒤로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