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4화

눈을 뜨자마자 아프게 비추는 불빛에 문성아가 본능적으로 눈을 가렸다. 팔에 난 촘촘한 주삿바늘은 어젯밤 강제로 피를 뽑은 폭행을 말해줬다. “성아야. 드디어 깼네.” 정사언이 제일 먼저 침대맡으로 달려가 애정이 아닌 걱정 어린 눈빛을 하고는 손을 내밀어 문성아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후자가 가볍게 피했다. “미안. 우리가 한발 늦었어.” 하은수의 목소리는 뼈도 녹여버릴 만큼 부드러웠다. “도혁이 너무하지. 어떻게 강제로 헌혈하게 할 생각을 해?” 강지환이 따듯한 물 한 잔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푹 쉬고 있어. 우리가 대신 도혁을 혼내줄게.” 문성아는 발 연기하는 그들을 보며 목이 꽉 막혔다. 이런 상황은 전생에도 늘 있어서 익숙했다. 안도혁에게 냉대당할 때면 세 사람은 어김없이 나타나 달콤한 말로 위로해 주는 척하고는 하나둘 핑계를 대며 자리를 비우고 정녕 신경 쓰는 사람을 찾아갔다. “됐어.” 문성아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 있고 싶어.” 세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정사언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푹 쉬어. 우리... 잠깐 나갔다 올게.” 너무 허둥지둥 나간 탓인지 문도 제대로 닫지 않아 문성아는 문틈으로 그들이 복도에서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유희 깨났대?” “도혁이가 지키고 서서 만나게도 못해...”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 사 가자.” 문이 닫힌 순간 문성아는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진이 빠져 거짓말을 까밝힐 힘조차 없었다. 그 뒤로 며칠간 문성아는 혼자 병상에 누워 있었다. 같은 시간 약을 바꿔주러 오는 간호사는 매번 말을 하려다 말고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환자분, 오늘도 친구들이 보러 오지 않았나요?” 문성아가 고개를 젓다가 눈길이 침대맡에 놓인 시들시들한 백합으로 향했다. 정사언이 3일 전에 가져온 건데 꽃잎이 꼬부라지고 노래진 것이 그들이 보여준 위선으로 범벅진 관심 같았다. 핸드폰이 진동해서 확인해 보니 하은수가 보내온 문자였다. [성아야.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해외로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제일 좋은 간병인 구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곧이어 강지환의 문자가 도착했다. [공주님, 올 때 선물 가져올게.] 마지막으로 정사언의 문자였다. [몸조리 잘해. 오면 네가 좋아하는 프란쉐 요릿집 가자.] 문성아는 핸드폰을 한쪽으로 던져버렸다. 그들이 오든 말든 상관은 없지만 어리바리한 간병인이 더 골치 아팠다. 뜨거운 물을 문성아의 손에 붓는가 하면 링거를 다 맞아 피가 역류하는데도 챙기지 않았고 약을 바꿀 때 붕대를 거칠게 다루는 바람에 상처가 다시 찢어지기도 했다. 결국 문성아는 몸이 낫기는커녕 몸에 화상과 멍이 더 늘어났다. “퇴원할래.” 참다못한 문성아는 뜯어말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퇴원 절차를 강행했다. 한편, 정사언, 하은수, 강지환 이 세 사람은 문자에서 말한 일을 다 처리하고 특별히 퇴원을 도와주러 왔다. VIP 병실을 지나는데 문틈으로 부드러운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한 모금만 더 마시자. 응?” 안도혁이 나지막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의사가 그러는데 너 보양식 많이 먹어야 된대.” 문성아가 걸음을 우뚝 멈추고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안도혁은 깨지기 쉬운 보물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소유희에게 사골국을 떠먹여 주고 있었다. “안 대표님 요즘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소유희 씨를 지키고 있다며?” 지나가던 간호사가 낮은 소리로 동료 간호사에게 말했다. “회의도 다 취소했대. 그렇게 좋을까.” 문성아가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성아야...” 정사언이 얼른 앞으로 나섰다. 잘생긴 얼굴은 걱정에 일그러졌다. “슬퍼하지 마. 도혁이 안목이 없어서 그래. 적어도 우리는 너 좋아하잖아.” “그래.” 하은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생일 파티 때 우리 셋 중에 고르면 되겠다.” 강지환이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잘해줄게.” 문성아가 가볍게 웃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세 사람을 쏘아봤다. “선택하기 싫어.” 곧이어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너희 넷 중에 아무도 선택하기 싫다고.”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