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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장

하지만 최정애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과거 최정애가 신다정을 좋아했던 것도 신다정에게 활용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신다정이 죽자 최정애는 그동안 미워했던 서찬미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단지 서찬미의 뱃속에 박씨 집안의 핏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시언은 처음으로 자신의 이 집에 대해 혐오감을 느꼈다. 최정애는 박시언이 자리에 꼼짝하지 않자 의아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시언아, 거기 멍하니 서서 뭐해? 올라가서 쉬어. 여기 일은 우리 두 사람이 하면 돼.” 최정애는 모든 것을 다 준비한 듯했다. 박시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가 집에서 쉬시는 걸 이렇게 좋아하시니 이 집은 할머니가 계시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최정애가 박시언의 뜻을 미처 이해하기도 전에 박시언은 이미 발길을 돌렸다. 서찬미는 억울한 듯 말했다. “할머니, 시언 씨가 화났나요?” “신경 쓰지 마. 화 풀리면 알아서 올 거야.” 최정애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박시언에게 다른 사람 앞에서 감정을 숨기는 법을 가르쳤다. 단지 신다정의 등장으로 박시언이 변해버렸다. 자기의 감정을 잘 숨기지 못했다. 박시언은 어렸을 때도 가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중에 낭패한 모습으로 다시 집에 돌아왔다. 바깥세상이 자기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성 그룹이 없으면 본인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박씨 집 밖에 있던 이 비서는 박시언이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박 대표님...” “회사에 가.” “네.” 이 비서가 차에 탄 후, 박시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신다정 사망설과 관련한 모든 허위사실을 내리고 신다정 장례식에 참석하는 모든 초대장을 전부 막아.” “박 대표님, 이 일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시언이 미간을 찌푸리자 이 비서가 계속 말했다. “방금 회사 내부에서 방금 전해 들은 것인데 어르신이 장례 치르는 일을 회사의 모든 임직원에게 알렸습니다. 신씨 집안과 사이가 틀어져서 어르신은 서둘러 신씨 집안과 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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