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화 요즘은 아무나 다 문화재에 관심 있는 척한다니까
“조명 색조가 조금 강한 것 같네요.”
강이영은 그림의 중심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쓴 먹은 아마도...”
“우린 박물관 기준으로 맞춰서, 채도를 6,500K로 조정한 겁니다.”
가슴팍 명찰에 [주진혁]이라는 이름 밑에는 [조명 총괄]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남자는 눈앞의 소녀를 한 번 훑어보더니 못마땅하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전시에 간섭하지 마시죠. 전시가 보고 싶으신 거라면 3일 뒤에 와 주세요.”
하지만 강이영은 남자의 태도에도 개의치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그림은 딱 봐도 견본 채색이에요. 지금처럼 이런 직사광선을 쏘게 되면 색이 바랜다고요. 게다가 이 각도에서 보면 빛 반사가 너무 심해서 디테일이 전혀 안 보이잖아요.”
그러자 주진혁의 옆에 있던 젊은 조수가 비웃듯 말했다.
“인스타용 인증샷이나 찍으러 온 거 아니에요? 요즘은 정말 개나 소나 다 문화재에 관심 있는 척한다니까요?”
“우린 국제 기준에 맞게 조정한 겁니다. 문제가 될까요?”
주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짜증이 잔뜩 묻어 있었다. 분명 강이영을 아는 척이나 해대는 가짜 전문가로 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강이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다. 대신,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내 몇 번 빠르게 선을 그리더니 주진혁에게 내밀어 주었다.
“여길 보세요. 만약 조명을 이 각도에서 쏜다면 견본의 레이어가 훨씬 더 잘 보일 겁니다.”
하지만 주진혁은 대충 눈길만 주고는 시큰둥하게 반응하며 넘겨버렸다.
강이영은 다시 돌아서서 <천리강산도>의 보조 조명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도한 빛을 쬐어버린 탓에, 산과 물의 색채가 기괴한 회색으로 바래져 있었다. 참다못한 강이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말을 얹었다.
“계속 이런 LED-2975 모델을 쓰실 거라면, 적어도 필름 두 장은 끼우셨어야죠.”
그러자 주진혁이 고개를 돌리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우리가 쓰는 조명이 2975라는 건 어떻게 아는 거죠?”
“무슨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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