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따귀 한 대에 입이 돌아가더라고요!

유정한은 강이영의 말에 사고회로가 정지되어 버렸다. 그는 강이영이 자신의 잔혹하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면 분명 두려워하고 혐오스러워하며 피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돌아오는 것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편 들어주기였다. 겉으로는 연약하게만 보이는 어린 소녀였지만 그 속에는 단순히 흑백만으로 나눌 수 없는 고집이 섞여 있었다. “바보야.” 유정한은 한숨을 내쉬며 강이영을 끌어안았다. 그는 턱끝을 강이영의 머리 위로 얹으며 낮게 속삭였다. “네가 사람을 잘못 본 거면 어떡하려고? 내가 진짜 나쁜 놈이라면 그땐 어떡할 건데?” 강이영은 한참이나 유정한의 품에 얼굴을 비비다가 편한 자리를 찾아내고 말했다. “그럼 나는 그냥 받아들일래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나를 알파의 먹이로 던져줄 거라면 미리 기절이라도 시켜줘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그 말에 유정한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진심으로 웃는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눈가에 미세한 주름이 잡히더니, 늘 차갑기만 하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유정한은 강이영의 콧등을 꼬집어주며 눈빛 속의 살기를 모조리 녹여낼 듯한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오전에 친가에서는 손해 안 보고 왔겠지?” 강이영은 금세 활기를 띠며 소매를 걷어붙이더니 열정적으로 떠들었다. “여보, 그게 있잖아요. 강진철이 얼마나 기고만장하게 굴었는지 알아요? 나한테 손찌검하려는 거 있죠? 그걸 백이진 씨가 딱 하고 꺾어서 닭발처럼 만들어 버렸어요.”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어요! 정현아 그게 우리 엄마 욕하길래, 내가 딱 따위 한 대 갈겼죠. 그랬더니 입이 다 돌아가더라고요!” 강이영은 손바닥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뺨을 때리는 듯한 시늉을 했다. 당장이라도 꼬리를 한껏 치켜세우며 뽐낼 것 같은 기세였다. 유정한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강이영의 작은 손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손은 안 아팠어?” “안 아파요!” 강이영은 고개를 내저으며 자랑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