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그 말에 바퀴 의자에 앉은 남자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잠시 후에야 낮고 굵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괜찮다. 일단 두고 보자.”
본래부터 깊고 담담한 음색이었지만 지금은 어딘가 쉰 듯한 기운이 스며들어 듣는 이의 가슴을 묘하게 건드렸다.
강구는 한숨을 내쉬었다.
“참, 셋째 아가씨라는 분은 정말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삼황자와 전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 차라리 혼례 준비도 잠깐 멈추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혹시라도 혼례 예물이 대문 앞까지 갔는데 또 마음이 바뀌면...”
“그럴 필요 없다.”
남자가 단호히 말을 끊었다.
눈길이 스치듯 강구의 얼굴을 지나갔을 뿐인데 강구는 괜히 목이 막히는 듯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부드러운 바퀴 소리가 조용히 이어졌고 정신을 차려 보니 전강훈이 바퀴 의자를 돌려 병풍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마르고 길쭉한 손가락이 검은 바퀴 위에 닿았는데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
하지만 강구는 그 손으로라면 천 근짜리 돌도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고 누구의 목이라도 한순간에 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강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곁에 섰다.
연춘루의 계단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나선형으로 놓여 있었다.
아래층엔 넓은 무대가 있어 기녀와 광대들이 노래하고 연주하며 사방으로는 손님들이 앉아 음식과 술을 즐기는 좌석이 펼쳐져 있었다.
이 위치에 서면 전강훈의 시야는 딱 맞은편 객석으로 이어진다.
그곳에는 심화영이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간단히 안주 두어 가지와 맑은 술 한 주전자를 시켜두고 천천히 맛보고 있었다.
오늘은 평소처럼 화려한 옷을 입지도 연춘루에 올 때마다 늘 챙기던 크고 두꺼운 가리개로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달빛처럼 은은한 하얀색 겉옷을 걸쳤고 원단은 최고급 비단이라 은은한 광택이 흐르고 있었다.
머리 장식도 단정하고 소박했고 흰 옥비녀 하나만 꽂았을 뿐이었다.
그의 시선이 비녀에 머무는 순간 전강훈의 손끝이 살짝 떨렸고 눈길도 잠시 멈췄다.
“전하, 어디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