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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문은 잠기지 않았고 밀자마자 덜컥 열렸다. 그 뒤를 따르던 무리들이 우르르 몰려와 하나같이 목을 빼고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원태영은 한발 먼저 문턱을 넘으며 입을 열었다. “화영 낭자...” 이 틈에 그녀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울 구실을 찾으려던 찰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원태영은 말문이 턱 막히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심화영은 분명 침상에 있었다. 그녀는 웅크린 새처럼, 어느 크고 건장한 사내의 품에 몸을 기대고 있었고 그 사내는 고개를 숙여 심화영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입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원태영을 아연실색케 한 것은 그 장면이 아니었고 바로 그 남자였다. “이럴 수가...” 원태영은 마치 얼음물 속에 내던져진 듯 온몸이 굳었고 중심을 잃은 채 한 걸음 비틀거렸다. 마침 그때, 바깥에서 제왕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 안에 있는 자는 화영 낭자와 누구란 말이냐?” “아, 아뇨...” 삼황자는 말을 더듬었다.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방 안에 있던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은 마치 사냥을 방해받은 맹수 같았고 검은 눈동자에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삼황자, 정녕 죽고 싶은 것입니까?” 그와 함께 밀려온 것은 전장을 쓸고 온 한기였다. 살의가 폭풍처럼 몰아 쳐와 마치 심장을 관통하는 냉철한 검 같았다! 원태영은 숨이 턱 막혔다.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태산과도 같은 힘이 가슴을 강타했다! “퍽!” 다음 순간, 두 눈이 커지며 피를 한 사발 토했고 몸이 허공을 가르며 뒤로 날아갔다. 그가 튕겨 나가며 제왕, 손 상서, 안왕 등 뒤에 있던 자들까지 차례로 쓰러뜨렸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원태영은 공중을 날아가는 순간, 심화영이 그 사내의 품에서 고개를 들고 자신을 향해 미소 지은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웃음은 한 나라를 무너뜨릴 만치 아름다웠고 한편으로는 섬뜩하기 짝이 없었다. 그것은 평소의 심화영이 아니었다. 차라리 이 흉가에 떠도는 귀신에 홀렸다는 게 더욱 그럴듯해 보였다. “쿵!” 원태영은 기둥에 세차게 부딪히고 나서 힘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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