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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원태영은 온화하게 웃는 심화영의 얼굴을 노려보며 온몸을 덜덜 떨었다. 아무리 자만심에 가득 찬 자라 하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다. 심화영의 마음은 더 이상 자기에게 없다는 것을. 명양왕부 대비마마의 생신연을 기점으로 그녀는 줄곧 자신과 등을 지고 맞섰다. 지금의 이 모든 상황은 전부 다 심화영이 일부러 꾸민 짓이었다! 그런데 왜?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인지 원태영은 끝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심화영은 그런 의문에 일일이 설명해줄 생각이 없었는지라 덤덤히 말했다. “온성해는 선제의 교지를 위조하여 옥에 갇힌 자입니다. 제가 아무리 제 생모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 한들 삼황자 전하께서 그자를 옥에서 꺼내줄 것이라 기대하진 아니하였사옵니다. 게다가 전 유씨 부인이 유가촌에서 데려온 몸, 출생의 비밀이 알고 싶거든 유씨 부인을 심문하면 될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삼황자 전하께서는 거짓말을 지어내어 저를 곡의의 방에 들여보내고는 그걸 빌미로 모함하려 하신 것이옵니까?” 심화영이 냉소를 흘리며 마치 하수구에서 기어 나온 벌레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삼황자를 쏘아보았다. 그 시선은 이내 제왕의 손에 들린 병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제왕 전하, 그 손에 들린 병 말이옵니다. 그것은 제가 송연정에게 슬쩍 가져가게 한 것이옵니다. 하나 그 병이 제 것이든 송연정의 것이든 한 가지 묻고 싶사옵니다. 그 물건이 어찌하여 제왕의 손에 들려 있느냐고요.” 제왕은 황제의 친아우였다. 때문에 평소 같으면 심화영은 제왕에게 따지듯 물을 자격조차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밤은 달랐다. 오늘 그는 이 커다란 일에 발을 담갔다. 전씨 가문, 심씨 가문, 삼황자, 온성해... 그 모든 자들이 얽힌 이 일에 전강훈이 그녀의 뒤에 버티고 서 있는 지금, 심화영은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녀의 큰 눈동자가 제왕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눈빛에서는 살기 서린 한기가 스멀스멀 번지고 있었다. 제왕은 병을 움켜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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