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0화
심화영은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상서 나리, 그 말 참 우습습니다. 만족하였느냐고요? 누명을 뒤집어쓴 이도 저이고 추문을 뒤집어쓴 이도 저이며 삼황자 전하께 약을 썼다 모함받은 이도 저인데... 이제 와서 오히려 저에게 만족했느냐고 묻다니, 마치 제가 스스로 거리로 나가 제 추한 일을 떠벌리고 손씨 가문의 집사님이 저를 위해 대신 죄를 짊어진 듯 말씀하시네요.”
“자기의 죄는 자기가 떠맡아야지요. 남에게 떠맡긴다고 죄가 지워지진 않습니다. 그저 그자의 이기심과 비겁함만 드러날 뿐이에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손 상서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칼날 같아 손 상서의 두 눈을 꿰뚫을 듯하였다.
“상서 나리, 손씨 가문의 집사가 누구를 대신하여 이 죄를 뒤집어쓴 것인지, 누구를 위해 희생한 것인지... 우리 둘 다 모를 리 없지 않습니까?”
“집사님이 오늘 죽는다 한들, 밤중에 귀신이 문을 두드릴 때... 그 손길은 제게 닿지 않겠지요.”
“제가 나리라면... 제 주위 사람들이 어째서 하나둘씩 무너져내리는지, 과연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를 먼저 스스로에게 물었을 것입니다.”
말을 잇는 그녀의 눈가에 붉은 기운이 스몄다.
마치 피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목소리 또한 떨려 나왔다.
그건 깊은 후회였다.
깊고도 지독한 책임과 자책감이 섞인 감정이었다.
손 상서는 그 말에 움찔하며 도저히 더는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화영 낭자 따위에게 어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울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심화영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말을 자르듯 응수했다.
“아니요. 운명과 인과란... 반드시 그 사람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지요.”
그녀는 더는 손 상서를 상대하지 않고 손해철을 향해 물었다.
“집사님, 제가 물을 테니 대답하세요.”
그러고는 뒤에 서 있던 강구를 불렀다.
“기록하거라.”
강구는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벼루와 붓을 꺼내 들었다.
그 손놀림은 거침없었고 눈빛에는 경외심마저 어려 있었다.
오늘 밤의 심화영은 그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을 압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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