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1화
사 내관이 심화영의 말을 듣고 곁눈질로 그녀를 흘끗 살폈다. 그녀가 정말 모르는 듯한 기색을 보이자 그는 서북쪽을 가리키며 나직이 일렀다.
“마마께서 오늘 저곳에서 활쏘기를 익히고 계십니다. 화영 아가씨께서는 명양왕 전하의 혼약자이니 불러서 이야기도 나누고, 혹 활쏘기 기술에 있어 도움이 될까 싶어 찾으신 것이지요.”
“허나 저는 활을 다룰 줄 모릅니다.”
심화영은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으나 속으로는 욕지기가 올라왔다.
‘활쏘기는 개뿔!’
저쪽 서북 모퉁이는 바로 황궁의 비밀 감옥이고 황제가 친히 잡아들이라 명한 죄인들이나 사나운 짐승들이 갇히는 흉흉한 곳이었다. 오늘 그녀를 그쪽으로 부른다는 건 분명 목숨을 노린다는 뜻이었다.
심화영의 눈동자에 차가운 살기가 번뜩였고 사 내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비록 활을 쏘지 못하신다 해도 명양왕 전하께서 활을 쏘시는 자태는 익히 보셨을 거 아닙니까? 마마께선 그저 말벗이 필요하실 뿐이지요...”
이윽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흘긋 보며 말을 이었다.
“아가씨도 익히 들으셨겠지요? 이비 마마께서는 서쪽 변방에서 오신 이방 출신이십니다. 그래서 궁중에 말이 통하는 이가 드물다 보니 더욱 적적하시지요. 더구나 사황자 전하의 병환 때문에 사람과 어울리는 걸 꺼려하시는데 어렵사리 마음을 열어 화영 아가씨를 찾으신 것입니다.”
사 내관은 심화영을 유인하듯 말했다.
“사황자 전하께서 태중에서부터 비증을 갖고 계신 건 아가씨께서도 들으셨을 겁니다. 마마께서는 그 핑계로 아가씨께서 진맥 한번 해주시길 바라는 것이지요.”
전생의 심화영이라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도 남았을 것이다. 심지어 마음 한구석으론 은근히 뿌듯해하기도 했을 터였다.
사람 대하기 싫어하는 이비가 유독 자신에게만 눈길을 주었다는 사실, 사황자의 진료를 맡길 만큼 의술을 인정해 준다는 사실, 그 어느 누가 감히 기뻐하지 않으랴.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심화영은 서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까? 소녀에겐 참으로 큰 영광입니다.”
사 내관은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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