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1화
심화영이 칼을 뽑자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칼날이 번쩍였고 차가운 광채가 흘러내렸다.
“참으로 좋은 검이구나.”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 손홍철과 삼황자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배상은 이미 받았으니 나머지 일은 내일 새벽 조정에 나아가 직접 폐하께 해명하도록 하십시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올려 두 사람을 풀어주라 명했다.
손홍철은 독기를 품은 두 눈으로 심화영을 노려보았고 그녀를 죽여서 씹어먹어야 속이 풀릴 듯했다. 삼황자는 서둘러 그의 팔을 잡아끌며 물러났다.
노덕환은 묘한 표정으로 심철호에게 말했다.
“심 대감, 시각이 이미 늦었으니 나도 이만 물러가도 되겠소?”
“노 장로, 부디 잘 가시오. 내일 조정에서 다시 뵙겠소.”
심철호가 직접 일어나 그를 배웅했다. 아무리 그래도 노덕환은 결국 황제의 사람이라 예를 갖추지 않을 수 없었다.
심화영은 몸을 돌려 손홍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손 상서, 손자분의 시신은 두고 가시겠습니까? 가져가지 않으시면 제가 밖에 내던져 개밥으로 삼을 것입니다.”
순간 손홍철의 몸이 굳어졌다. 서둘러 달아나느라 그마저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고개를 홱 돌렸고 살의로 가득 찬 시선이 칼날처럼 심화영을 겨눴다. 손홍철은 이내 손짓으로 부하들에게 시신을 수습하게 했다.
심화영은 빙그레 웃으며 눈길을 돌리지 않고 그대로 응시했다.
손홍철은 동공이 파르르 떨렸으나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뒤돌아 나가버렸다. 다만 그 원한 서린 눈빛만은 허공에 얼어붙은 듯 남아 있었다.
고윤희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
“화영아, 오늘 일로 인해 손씨 가문과는 이제 결코 화해하기 어렵겠다.”
“저들이 먼저 덤볐으니 저희는 그저 맞받아친 것뿐입니다.”
심화영은 정신을 추스르고 고윤희를 부축하며 혜심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손 상서와 우리 집안 사이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다른 원한이 더 있는 듯합니다. 우리가 그만하자고 한다고 해서 저절로 사라질 일이 아니지요.”
“그렇지.”
고윤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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