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0화
심화영은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사부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그때, 문밖에서 설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께서 너를 공주로 봉했다는 게 사실이냐?”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심화영이 뒤돌아보며 해명했다.
“사부님, 그저 형식적인 것뿐입니다. 제가 운주로 간다면 가족을 지켜줄 사람이 없어서요.”
원씨 황족을 무너뜨리겠다고 약속했는데 공주의 신분이면 설현수가 노여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심화영은 들었다.
다행히 약초 냄새를 풍기며 방에 들어온 설현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도 나쁘지 않으나 절대로 네 진심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니 내 말 명심하거라.”
심화영은 무언가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사부님, 혹 심씨 가문, 전씨 가문이 원씨 가문과 철천지원수였던 겁니까?”
그 말에 설현수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심화영을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그런 건 차차 알게 될 것이니 묻지 마라. 시간이 없으니 네게 내공을 전해 주마.”
설현수는 이번에도 과거의 이야기를 회피했다.
심화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방석에 앉아 내공을 전해 받다가 두 시진이 지난 후에 뒤뜰에 가서 몸을 씻었다.
“뭔가 눈치챈 것 같은데 왜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은 겁니까?”
민현욱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설현수를 바라보자, 설현수는 탁자 옆에 앉아 큰 담뱃대를 몇 모금을 빨아들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아직 너무 어리니 나중에 알려줘도 괜찮소. 너무 많은 걸 짊어지게 하면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어린 것이 행복하게 살아야지, 마음속에 오직 원한만 남게 된다면 내가 저세상 가서 준호에게 어찌 설명하란 말이오?”
설현수의 말을 듣더니 민현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화영이 준호 선생의 혈육이 아니지 않습니까.”
“심씨 가문에서 자란 아이니, 준호가 살아 있었다면 분명 친손녀처럼 여겼을 것이오. 혈육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소.”
설현수는 고개를 저은 뒤에 말을 이었다.
“나는 이제 늙어서 많은 것들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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