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화

삼황자의 신경이 곤두선 듯한 목소리에는 질투가 배어 있었다. 정작 본인은 눈치채지 못한 듯했으나 옆에서 듣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미묘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명양왕은 가만히 웃음을 지었다. “전하께서 그간 날마다 심 대감 댁을 드나들었으니 저보다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삼황자의 낯빛이 순간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은 뒤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 명양왕께서는 농이 지나치십니다...” 원래는 심태진을 찾아와 약을 지으려고 했다고 말하려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곧이어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심화영을 보았다. 예전의 그는 확실히 심화영도 자신의 장기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용 가치를 다 하면 가차 없이 버려도 되는 장기 말이었다. 그런데 현재 막상 버릴 때가 되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오늘 그녀가 보여준 활약만 보아도 그에게 두 번째 심준호가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그런 그녀가 만약 그를 보좌해준다면... 그 순간 그는 마음이 흔들렸다. 이때 잠자코 듣고 있던 전태산이 그들의 대화에 심기가 불편했는지 코웃음을 쳤다. “일단 혼서부터 찾아오는 것이 먼저지요!” 심준호는 그의 아버지 전영철과는 의형제를 맺은 사이였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고 함께 선황제와 나라를 세운 공신들이었다. 그 덕에 오늘날의 대제국이 있게 된 것이다. 두 가문은 예전부터 한 가족처럼 지냈고 그가 어릴 때 자주 심준호에게 응석을 부리면서 이것저것 배우기도 했었다. 심준호와 전영철의 사이는 아주 좋았다. 다만 심화영이 막무가내로 행동하면서 망친 것이었다... 누구나 이 일에 관해 얘기를 나누면 안타까워했다. 이때 삼황자의 측근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혼서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누군가는 이 자리에서 죽게 되겠지요.” “왜 혼서가 없을 거라고 단언하십니까?” 심화영은 고개를 돌려 입을 연 사람을 보았다. 그녀의 기세에 남자는 입을 꾹 다물었지만 눈빛에는 가소로움으로 가득했다. 그런 시선을 많이 받아봤던 심화영이었던지라 아무렇지도 않았다. 사실 다른 사람들도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