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이건 그녀가 자주 사용하는 수법으로 유씨 부인이 이렇게 따져 물을 때마다 심화영은 말문이 막히고 오히려 본인이 어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한 건 아닐까 반성하면서 그녀를 위로하려고 애썼었다. 허나 이번에 심화영은 아예 유씨 부인의 말을 끊었다. “제 어머니가 맞긴 합니까?” 심화영의 말에는 아무 감정이 섞이지 않았지만 매우 차가웠다. 유씨 부인은 급하게 돌아오느라 땀이 약간 났었는데 심화영의 질문에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순간 온몸이 오싹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부인 옆에 앉아 있는 소녀는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인생을 더 오래 산 듯한 노련함과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억지를 부릴 예정이었던 유씨 부인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뱃속으로 삼키며 눈을 피했다. “애도 참, 그게 무슨 질문이냐? 네가 네 어머니가 아니면 네가 어디서 태어났겠느냐?” “그럼 왜 명양왕부 절 모함한 겁니까?” 심화영은 유씨 부인을 뚫어져라 보며 물었다. “이런 어머니라면 오늘 연을 끊어도 전 괜찮습니다. 정 안 되면 아버지를 찾아 혈연관계 검증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너...” 유씨 부인은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심화영을 바라보았다. ‘왜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지? 설마 고윤희가 이간질한 건가? 근데 화영이는 고윤희 말을 듣지 않았었는데...’ 유씨 부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대부인을 바라보았고 대부인은 어두운 얼굴로 한결같은 엄숙함과 분노를 유지하면서 의기양양한 기색은 없었다. 한 지붕 밑에서 이렇게 오래 살면서 유씨 부인은 자주 대부인을 욕하면서 심철호가 그녀를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성껏 다듬은 장식품처럼 만들었다고 비웃곤 했었다. 표정을 보면 대부인이 심화영과 유씨 부인 사이를 이간질한 건 아닌 듯한데 그렇다면 왜 심화영이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유씨 부인은 다시 시선을 심화영의 얼굴로 돌렸다가 빠르게 눈을 피하며 둘러댔다.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너도 알다시피 네 외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남은 식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