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
뜰 안의 사람들 모두가 눈치를 살피며 서로를 바라봤다.
고윤희와 심진성 역시 눈을 맞췄다. 두 사람의 눈빛에는 똑같이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 와중에 유씨 부인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말... 정말로 명양왕에게 시집갈 작정이더냐?”
그녀의 목소리에 명백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심화영은 유씨 부인이 이렇게까지 격앙된 건 명양왕이 거칠고 사나운 인물이라 자신이 시집가 고생할까 봐 걱정해서 그런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고는 차분하게 그녀를 달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 안다. 유씨 부인이 이리도 흥분하는 까닭은 단 하나, 송연정을 대신 보내려 했던 수작이 어그러졌기 때문이었다.
심화영은 문간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송연정을 흘끔 바라보았다가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명양왕과 혼약이 있었으니 그분에게 시집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오히려 제가 묻고 싶군요, 이모님. 지난번부터 몇 번이나 삼황자가 얼마나 훌륭하고 귀하신 분이라며 저에게 권하시더니, 정작 그분은 오늘 태비마마의 생신연에서 저를 맞아들이겠다는 말 한마디 못하더군요.”
“그런 무능한 분이라면 전 사양하겠습니다. 그 귀한 분은 연정 언니께 양보할 테니, 이모님께선 오히려 기뻐하셔야 하지 않으시겠어요?”
“...”
유씨 부인은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기쁘긴 뭐가 기쁘단 말이지? 전강훈이야말로 막강한 군권을 손에 쥐고 조정을 흔드는 사내가 아닌가!
만약 삼황자와 손 상서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았더라면 전강훈을 그렇게 깎아내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심화영은 유씨 부인의 굳은 얼굴빛을 보고 이미 확신했다. 이 여인은 수년간 교묘하게 자신을 속여 왔다.
한편으론 삼황자를 치켜세우며 전강훈을 피하게 만들었고, 다른 한편으론 송연정을 그 자리에 밀어 넣기 위해 자신의 혼사를 의도적으로 망쳐 온 것이다.
무엇보다 전강훈을 그렇게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삼황자에게 붙어 손 상서를 도운 것을 보면 이들 사이가 결코 깨끗할 리 없다.
심화영은 원래 그냥 떠보려던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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