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신도현은 결국 호주까지 와서, 와이너리에서 일하고 있던 조하린을 찾아냈다.
조하린은 와인 저장고 문 앞에 조용히 서 있었고, 손에는 갈색 작업 수첩을 들고 있었다.
국내에 있을 때보다 머리가 훨씬 길어졌고, 은은하게 컬을 넣은 갈색 머리가 작업복과 잘 어울렸다.
그녀는 몸에 딱 맞는 작업복을 입은 채 저장고를 바라보며 재고를 세고 있었다.
그렇게 집중한 모습은 신도현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조하린은 수첩을 보며 계속 무언가를 적고 있었고, 눈빛은 고요했으며 동작은 단정했다.
그녀를 다시 보는 순간, 신도현은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그녀를 그리워해왔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조금만 다가가도 이 고요한 분위기를 깨뜨릴 불청객이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다가가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린아... 나 사과하러 왔어...”
신도현을 본 조하린의 얼굴빛은 단번에 굳었고, 그녀는 곧장 돌아서 떠나려 했다.
신도현은 급히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또다시 떠나서 자신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눈앞의 사람이 정말 현실인지, 손끝으로라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실감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전 받아들이지 않아요.”
조하린은 그가 잡고 있는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냈다. 손가락이 한 마디씩 떨어져 나가는 동안, 신도현은 가까워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 야위어 보였지만 얼굴빛은 한층 나아 있었고, 눈가의 작은 점까지 익숙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혼란이 가득했다. 신도현이 고개를 숙였다가 손가락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걸 깨닫는 순간, 불안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라 그의 머릿속을 세게 흔들어놓았다.
“하린아! 나한테 한 번만 기회 줘, 응?”
바로 그때, 옆집에 살던 집주인 아주머니가 물뿌리개를 들고 문 밖으로 나왔다.
와이너리가 멀지 않아 조하린이 밖에 서 있는 걸 보던 아주머니는,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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