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화
한은찬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송해인을 바라봤다.
그 눈 속에 잠시 스쳤던 연민의 기색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처음엔 자신의 여동생 한은미를 때리더니 이젠 대놓고 이나연의 뺨을 후려치고 심지어 임지영조차도 못마땅해서 노명숙에게 시켜 직접 해고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몰려오며 한은찬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해인아, 넌 정말 점점 낯설어져.”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송해인이 깨어난 뒤로 왜 이렇게 복수심이 강해지고 성격이 독해졌는지 몰랐다.
거의 폭군처럼 제멋대로였다.
송해인은 한은찬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미묘하게 찡그린 미간만 봐도 머릿속의 생각이 훤히 보였다.
“...”
그녀는 피가 배어 나온 팔의 다섯 개 손톱자국을 내려다보며 씁쓸했다.
가슴속까지 싸늘했다.
한은찬의 눈에는 남이 자신을 때려도 그저 반대쪽 뺨을 내밀어 맞아주는 게 이해심 있는 아내였다.
그래야만 그가 만족했고 그렇게 수년을 참아왔다.
자신을 포기하고 꿈을 버리고 인생까지 내려놓으며 그 남자의 사랑 하나만을 구했다.
결국 돌아온 건 이런 취급이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던지 깨달았다.
하지만 아직은 판을 뒤집을 때가 아니었다.
송해인은 시선을 들어 한은찬을 바라봤다.
뭔가 말해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풀어볼까 했는데 그의 가슴팍에 매달린 넥타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를 오랫동안 돌보며 아침마다 습관처럼 옷매무새를 확인하던 기억은 이미 몸에 배어 있었다.
딱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그가 매고 있는 넥타이는 아침에 집에서 나갈 때와는 달랐다.
그리고 묶는 방식도 달랐다.
아침에는 플레인 노트였는데 지금은 윈저 노트였다.
송해인의 시선이 스치듯 임지영의 허리 옆을 지나갔다.
그녀의 원피스 허리끈이 반쯤 풀려 있었는데 그 색깔과 무늬가 한은찬의 넥타이와 똑같았다.
연한 남색 바탕에 연꽃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
입안에 남은 말들이 씁쓸한 커피처럼 혀끝에 번졌다.
모든 게 갑자기 역겨워졌다.
이제는 연기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더럽게 느껴졌다.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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