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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송해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한은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은찬을 사랑한 지 오래되었고 눈을 감으면 언제든 그 얼굴을 그릴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이 남자가 낯설기만 했다. “왜 내가 할머니께 설명해야 해?” 한 집에 들어와 자기 아이를 빼앗은 내연녀에게 왜 변호를 해줘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친절하지만 성인이 아니다. 한은찬은 눈썹을 찌푸리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해인아, 네가 임 비서에게 적개심이 너무 커. 네가 없는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일과 가정을 모두 챙길 수 없었어. 그때마다 임 비서가 나를 도와줬어...” 한 마디 한 마디가 송해인에 대한 비난이었다. 난산 때문에 그녀는 식물인간이 되었지만 한은찬의 입에서는 부재로 치부되며 마치 그녀가 책임 없는 엄마인 듯 묘사되었다. 그러나 5년 동안 그녀는 지옥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송해인은 한은찬의 손가락 사이 연기가 한 자락 타서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각난 눈송이처럼 그녀의 눈가에 흩날렸다. “그만해.” 송해인은 드디어 더는 참지 못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끊었다. “할머니 앞에서 나는 임지영을 옹호하지 않을 거야. 네가 어떻게 하든 난 상관 안 해.” “해인아, 어떻게 이렇게 매정해질 수 있어?” 한은찬의 시선이 차갑게 스쳐 갔다. 송해인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아무리 말해도 한은찬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그의 마음은 이미 임지영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송해인은 몸을 돌렸지만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정자 밖에서 한진희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인형을 안고 서 있었고 분명 방금 두 사람의 대화를 다 들은 듯했다. 송해인은 한은찬에게 화난 태도를 보여도 상관없지만 한진희는 달랐다. “진희야.” 송해인은 조금 당황하며 무심코 한진희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한진희는 손에 든 인형을 힘껏 그녀에게 던졌다. “다가오지 마요! 당신은 지영 엄마를 괴롭히는 나쁜 사람이에요! 난 당신이 싫어요!” 한은찬은 송해인의 태도에 불만이 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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