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임지영이 주소를 보내왔고 한은찬은 태연한 얼굴로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해인아, 내 손에 있는 해외 프로젝트에 문제가 좀 생겼어. 꽤 심각한 거라 지금 바로 회사에 가봐야 해.”
“그럼 얼른 다녀와. 가는 길 조심하고.”
다정하게 송해인이 말했다.
“응.”
한은찬은 고개 숙여 송해인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미안하다는 듯 덧붙였다.
“오늘 밤은 아마 회사에서 자야 할 거야.”
송해인은 주먹을 세게 움켜쥐며 한은찬을 밀어내고 싶은 역겨운 충동을 억눌렀다.
“괜찮아. 일이 우선이잖아. 하루이틀 못 본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송해인은 아직도 한은찬을 향해 꽃처럼 웃어 보일 수 있다니, 스스로가 대견하기까지 했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한은찬은 급히 떠났다.
창가에 서서 송해인은 한은찬이 차를 운전해서 정말이지 기다렸다는 듯이 서둘러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무표정하게 지켜보았다.
정신을 차린 송해인의 손에는 이미 커튼 자락이 구겨져 있었고 손을 놓자 마음속에는 씁쓸함만이 남았다.
임지영은 단지 한 통의 메시지와 한 장의 사진이면 충분했다.
한밤중에도 한은찬은 아내와 아이를 버려두고 병원으로 달려가 그녀 곁을 지켰다.
송해인의 머릿속에는 임지영의 블로그 비밀 계정 속 글들이 떠올랐다.
대학 시절, 임지영과 한은찬의 자잘한 추억들이었고 한 글자 한 문장이 전부 송해인의 뺨을 후려치는 듯했다.
27살이 되기까지 송해인의 반평생은 한은찬을 향한 사랑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갈망하던 그 사랑을 임지영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손에 넣었다.
송해인은 눈가를 적신 눈물을 닦아내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조용히 아이들 방으로 향했다.
준서와 진희는 이미 곤히 잠들어 있었고 방 안에는 희미하게 수면등만 켜져 있었다.
송해인은 살며시 준서의 침대 곁으로 다가가 따뜻한 눈길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얌전히 배 위에 올려둔 작은 손과 곤히 잠든 얼굴에서는 이미 뚜렷하게 준수함이 보였다.
책상 위에는 책들이 가득했고 천문, 지리, 프로그래밍 언어...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준서가 천재라는 사실은 송해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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