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한은찬은 밤이 깊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송해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그가 뭘 하든 관심도 없었다.
대신 한진희가 휴대폰을 꼭 쥔 채 한은찬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고 있었다. 무슨 급한 얘기를 꼭 전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그때 송해인이 두 아이 방문을 두드렸다.
“준서야, 진희야. 엄마 들어간다.”
문은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다.
송해인이 문을 밀고 들어가자마자 한진희가 깜짝 놀라며 휴대폰을 등 뒤로 감췄다. 또랑또랑한 눈동자에는 순간적인 불안이 스쳤다.
“왜 들어와요?”
한진희의 말투에는 반가움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아빠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내일 지영 엄마랑 함께 오션 파크에 놀러 간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눈앞의 나쁜 여자가 알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이 나쁜 여자는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녀를 볼 때마다 쓰레기통에 버렸던 그 망고 케이크가 자꾸만 떠올랐다.
송해인은 한진희가 휴대폰을 숨긴 걸 알아챘다.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조급해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진희야, 늦었어. 씻고 잘 시간이야.”
그녀는 유현숙에게 미리 들었었다. 준서는 어릴 때부터 혼자 씻는 데 익숙해서 올해부터는 샤워를 혼자 해낸다고.
하지만 진희는 까다롭고 고집이 세서 욕조에 거품 목욕을 준비해 놓지 않으면 씻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장난감을 넣어 주고 곁에서 이야기를 해 주는 것도 기본 옵션이었다.
단 임지영은 예외였다. 임지영이 있을 때면 조금 말을 잘 듣는 정도라고 한다.
예상대로 한진희는 단칼에 거절했다.
“안 씻을래요.”
송해인은 한발 물러서며 부드럽게 달랬다.
“그럼 엄마가 몸만 닦아 줄까? 하루 종일 학교 다녀와서 땀났을 텐데 냄새나면 안 되잖아.”
“싫어요...”
한진희는 거절하려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내일 아침이면 지영 엄마와 같이 오션 파크에 가기로 했는데 몸에서 냄새가 나면 너무 민망할 것 같았다.
잠시 망설이던 한진희는 겨우 타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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