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권시아 가족이 비행기를 타고 미르국으로 떠나던 그 시각, 윤재우는 강채현의 수술실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수술실 불이 켜지고 얼마 뒤, 의사는 흥분한 얼굴로 ‘수술이 아주 성공적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제야 윤재우는 가슴을 짓누르던 긴장감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마취가 아직 덜 풀린 강채현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윤재우는 그녀의 병상 옆에서 자신의 업무용 노트북을 펴놓고 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스무 페이지가 넘는 보고서가 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오랫동안 같은 페이지에 멈춰 있었다.
묘한 불안감이 가슴속에서 피어올랐다.
마치 심장의 한 조각이 도려져 나간 듯, 텅 빈 그 자리가 그를 계속해서 불편하게 만들었다.
냉정함을 유지하려 애쓰며 문서에 집중하려 했지만 손끝은 무의식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권시아’라는 세 글자를 반복해 입력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화면 한 페이지가 온통 그녀의 이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순간 얼굴빛이 굳더니 윤재우는 미친 듯이 삭제 키를 눌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름을 지우는 그 순간 그의 안에서 무언가 아주 소중한 것도 함께 사라져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우스를 움켜쥔 채 화면을 이리저리 스크롤 하다가 문득 시선이 흐릿해졌다.
윤재우가 권시아를 처음 만난 건 변호사 사무소에서였다.
그는 그룹의 사업 문제로 세원시에서 가장 유명한 대형 로펌을 찾아 그곳에 최고의 민사 변호사를 만나러 갔다.
그리고 권시아는 바로 그 변호사를 보좌하던 신입 조수였다.
그 사건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그녀가 준비했다.
윤재우는 그녀가 만든 문서를 검토하며 깔끔하고 정확한 내용에 놀랐다.
잘 정돈된 문체와 치밀함은 단순히 조수 신분의 대학교 1학년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완벽했다.
권시아의 성격은 그녀의 외모와 정반대였다.
부드럽고 단정한 얼굴 아래에는 결코 쉽게 꺾이지 않는 단단한 성정이 숨어 있었다.
그 극명한 대비가 윤재우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그는 권시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의 구애는 처음에는 그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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