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들어가자고? 들어가면 진짜 손주며느리가 되는 거잖아. 안에 온갖 고모 이모들이 눈에 불 켜고 나를 훑어보겠지?’
그렇다고 서나빈은 자신이 친 사고에 손 털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윤시헌이 회사에서 뒤에서 괴롭히기라도 하면 손해만 클 테니까.
“저, 저는 그냥 대표님 말 들을게요...”
천하무적이던 서나빈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내 말을 듣겠다고?”
윤시헌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세상 무서운 것 없던 서나빈이 물러서다니 말이다.
“네, 들을게요...”
“그럼 나 따라와.”
그의 시선은 날카로웠고, 그녀의 위에 얹히면 묵직했다.
“!!”
서나빈은 겨우 미소를 지어 보이며 승낙하려다가 결국 묻고 말았다.
“다른 좋은 방법은 없나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차 몰고 가면 돼.”
윤시헌은 몸을 살짝 틀어 그녀를 보지도 않았다.
“제가 가 버리면 대표님은 욕 바가지로 먹는 거 아닌가요?”
서나빈의 시선이 그 응축된 압박감의 눈동자와 딱 마주쳤다.
“그건 너랑 상관없어.”
단단한 턱선이 굳고 눈빛은 더 각이 섰다.
“...”
그녀는 마른침을 삼켰다. 마음이 약해진 데다가 영혼을 관통하는 듯한 그 눈빛에 기세가 꺾였다.
“정말 죄송해요...”
윤시헌은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미세하게 한숨을 쉬고, 윤현석에게로 돌아가 그를 차에 태운 뒤 안으로 차를 몰았다. 서나빈은 그 자리에 둔 채 말이다.
서나빈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깍지 낀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이놈의 자식, 애를 제대로 삐지게 만들었지?”
조수석에 앉은 윤현석이 중얼중얼 타박을 퍼부었다.
“겨우겨우 이렇게 예쁜 손주며느리를 찾았는데, 입 좀 잘 놀리면 안 되냐? 네 입은 돌로 만들었어?”
윤시헌은 내내 말이 없었다. 굳은 얼굴로 잔소리를 다 맞았다.
“네 꼴 좀 봐라. 나이가 얼만데? 그 변변찮은 전 여자친구 붙잡고 몸 사린다고 지금까지 이래? 그래서 그 여자가 돌아왔냐? 그 고집불통은 언제 고칠래?”
“할아버지, 저 아까 그 사람 안 좋아해요.”
윤시헌이 불쑥 내뱉었다.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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