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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여보세요! 내 말 듣고 있어? 나빈아? 응? 신호가 안 좋은가? 그럴 리가...] 휴대폰 너머의 민서율은 잠깐 자기 휴대폰이 고장 난 줄 의심했다. 이때 윤시헌이 거실 발코니 가장자리에 서서 검은 코트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짙은 눈빛으로 서나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는 눈발 속에서는 그의 표정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그도 자신의 표정을 알아보지 못하길 바랐다. 서나빈은 귀에 대고 있던 휴대폰을 천천히 내렸다. ‘여기 모래밭 없나? 머리를 파묻고 싶다...’ ‘도대체 어느 망할 디자이너가 이 스위트를 설계한 거야?! 방이랑 거실 발코니가 연결돼 있다니!’ 그녀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시헌 씨가 언제부터 거기 서 있었지? 뭘 얼마나 들었을까?’ 서나빈은 입술을 깨물고 기계처럼 몸을 돌려 아무 일 없는 척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바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언제 전화를 끊었는지도 모른 채 서나빈은 급히 민서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하던 말 시헌 씨가 다 들은 듯. 나 어떡해?] [입 맞추면 돼. 설명할 필요 없어.] ‘이게 통할까? 키스만 하면 되는 거야? 다른 일은 안 생길까?’ 서나빈은 침을 꿀꺽 삼켰다. 머릿속에 떠올리면 안 되는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 한참 지난 후.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서나빈은 볼을 톡톡 두드리며 마음을 다잡고 문을 열었다. 검은 그림자 같은 윤시헌의 실루엣이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배고프파? 뭐 좀 먹을래?” 그는 검은 모직 코트를 입고 안에는 흰색 울 스웨터를 받쳐 입어 키가 더 훤칠해 보였다. 서나빈은 그제야 알아챘다. 둘의 스타일이 똑같다는걸. 겉에는 검은 모직 코트, 안에는 흰색 울 니트 원피스. “네.” 그녀는 목소리까지 작아졌다. 윤시헌은 그녀의 대답을 듣자마자 몸을 돌려 문 쪽 밖으로 걸어갔다. 서나빈은 천천히 다가가 그의 큰손을 잡았다. 뜻밖에도 윤시헌은 그녀의 손을 자기 손과 함께 코트 주머니 속으로 쑥 넣더니 안에서 꽉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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