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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윤시헌이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너 이거 진심이야, 아니면 의도적인 거야?” “똑똑하신 윤 대표님이 알아서 해석하시죠.” “말도 참 잘하네.” “시헌 씨는 어느 쪽이었으면 좋겠는데요?” 서나빈이 불쑥 물었다. “진심이었으면 좋겠어.” 윤시헌의 대답에 그녀는 잠깐 멍해졌다. ‘진심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윤시헌의 스케일은 범상치 않았다. 서나빈은 한참을 넋 놓고 있었다. 그는 한 손에 쇼핑백을 들고 일어나 두 손가락으로 하이힐을 걸었다. 남는 한 손은 그녀 쪽으로 내밀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 손을 잡았다. 둘은 쇼핑몰 복도를 나란히 걸었다. 발에 신은 그 털 슬리퍼만 빼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봐, 손이 이미 가득 차도 어떤 사람은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어 손을 잡아주네.’ 위층의 지형우는 넋을 놓고 내려다보았다.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라 말로 할 수 없는 맛이 입안에 감도는 듯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서나빈은 그의 손을 살짝 거두었다. 엘리베이터 전신 거울을 보니 윤시헌 또한 거울 속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서나빈이 시선을 들어 그를 보았다. 윤시헌도 고개를 기울여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미소를 주고받고, 곧 시선을 거두었다. 지하 주차장에서 서나빈이 먼저 조수석에 탔다. 윤시헌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녀에게 등을 보인 채 전화를 걸었다. “지씨 가문 쪽 상황... 확인해요. 필요 없어요... 재점화? 흥, 불씨 하나 쥐여 줘요. 더 활활 타오르게... 그래요.” 전화를 끊자, 그의 눈빛에서 얼음 같은 냉기가 스르르 거두어졌다. 윤시헌이 운전석에 타는 것을 보고 서나빈이 말했다. “바쁘면 굳이 저까지 챙길 필요 없어요.” “오늘은 쉬는 날이야.” “아...” 서나빈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오늘 밤 집에 있을 거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그가 붙잡고 싶어 한다고 오해할까 봐. 그건 너무 가벼워 보일 것 같았으니까. 띵. 이때 연시훈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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